디자인 논란에도 출시 2달 만에 연간 목표 소진, 페라리의 진짜 속내는

1,036마력 성능보다 신흥 부자들이 먼저 반응한 이유

루체 / 페라리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를 둘러싼 시장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던 낮고 긴 2도어 스포츠카 대신 4도어 패스트백 디자인이 공개되자, 오랜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터져 나왔다. 밀라노 증시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8% 이상 하락하는 등 초기 반응은 냉랭했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 논란이 무색하게, 판매 실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출시 두 달 만에 연간 판매 목표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페라리의 숨은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전통적 팬들이 고개 저은 파격적 디자인



루체 실내 / 페라리


루체의 디자인은 기존 페라리 고객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넓은 글래스 하우스를 갖춘 4도어 형태는 실용성을 높였지만, 페라리 고유의 날렵한 비례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이는 페라리의 실수가 아닌 의도된 선택에 가깝다.

페라리는 이번 디자인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컬렉터가 아닌,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디자인 논란 자체가 실패를 의미하기보다, 페라리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논란 비웃은 2달 만의 판매 실적



루체 실내 / 페라리


초기 평가와 판매 흐름은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다. 루체는 지난 5월 25일 출시된 이후, 약 2개월 만인 7월 초 연간 판매 목표인 500대 미만 물량이 사실상 소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중국에 배정된 88대는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며 강력한 초기 수요를 입증했다.

이러한 흥행의 배경에는 중국과 실리콘밸리의 신흥 부유층이 있다. 페라리는 기존 고객에게 전기차를 억지로 권하는 대신, 전기차에 관심이 높은 새로운 부호들을 루체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1036마력과 8억 원, 숫자에 담긴 의미



루체 / 페라리


루체의 성능은 페라리 이름값에 걸맞는다. 4개의 전기모터가 합산 최고출력 1,036마력을 뿜어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5초 만에 도달한다. 122kWh 용량의 배터리는 유럽 기준으로 약 53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성능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이다. 유럽 시작 가격은 55만 유로(약 8억 원)이며, 각종 옵션을 더한 평균 판매가는 70만 유로(약 1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루체가 대량 판매용 전기차가 아닌, 소수를 위한 고가의 상징적 모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페라리 루체는 디자인에 대한 비판과 판매 성과라는 상반된 결과를 동시에 낳았다. 연간 판매량을 600대 수준으로 제한하고 전체 판매량의 5% 이내로 유지하려는 전략 역시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루체 / 페라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루체가 기존 페라리의 전기차 버전이라기보다, 전기차 시대에 맞춰 새로운 고객을 겨냥해 만든 4도어 고성능 모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초기 완판 주장을 넘어, 실제 고객들이 이 낯선 페라리의 주행 감각과 디자인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장기적인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루체 / 페라리


루체 / 페라리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