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성시대는 끝났다는 섣부른 진단.

판매량 속을 들여다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현대 더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SUV 천하’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신차 구매를 위해 전시장을 찾으면 대부분 SUV부터 둘러보는 게 당연한 흐름이었다. 카니발, 쏘렌토 등 RV 모델이 판매량 최상위권을 독식해온 탓이다.

그런데 2026년 7월 국산차 판매 실적은 이런 통념에 균열을 냈다. 쟁쟁한 SUV들을 모두 밀어내고 판매량 1위 왕좌에 오른 것은 다름 아닌 세단이었다. RV 중심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시장 구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판매량은 줄었는데 1위, 그랜저의 진짜 힘은 따로 있었다



기아 셀토스 / 기아


예상 밖 1위의 주인공은 현대차 그랜저였다. 7월 한 달간 총 8,532대가 팔려나가며 국산차 시장 정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1위다. 판매량 자체는 전월보다 15.2%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이브리드’라는 핵심 동력이 있었다. 전체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5,618대로 66%를 차지했다. 가솔린 모델(2,914대)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제 그랜저의 대표 모델은 하이브리드임이 명확해졌다. 2027년형 하이브리드 모델은 4,833만 원부터 시작하며, 복합연비는 최대 18.4km/L에 달한다.

엇갈린 SUV 희비, 쏘렌토는 울고 셀토스는 웃었다



기아 카니발 / 기아


그랜저가 선전하는 동안 SUV 진영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아 셀토스는 7,427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11.1% 성장해 2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불과 한 달 전 8,500대 이상 팔리며 RV 1위였던 쏘렌토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쏘렌토는 7월 6,153대 판매에 그치며 전월 대비 28.1%나 급감했다. 순위도 4위로 두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다만 쏘렌토 판매량의 84%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판매량 감소와는 별개로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 자체는 굳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위는 6,917대를 판매한 기아 카니발이 차지했다. 카니발 역시 하이브리드 비중이 86%를 넘어서며 대세에 합류했다. 7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총 내수 판매량은 10만 7,797대로, 이 중 기아(50.7%)와 현대차(44.6%)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를 넘어섰다.

현대 더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결국 국산차 시장은 두 회사의 손안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그랜저의 1위 수성은 세단 시대가 저물었다는 진단이 성급했음을 보여준다. 신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이제 차급이나 차종을 따지기보다, 하이브리드와 같은 파워트레인과 자신의 실제 운용 조건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지를 찾는 지름길이다.

기아 카니발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