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12 감성 포기 못 한다던 슈퍼카 브랜드, 전동화 시대 생존법은 달랐다
슈퍼카에 전기모터 달자 벌어진 일… 없어서 못 판다는 우루스 SE의 인기
슈퍼카 브랜드의 전동화는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엔진 사운드와 기계적 감성을 중시하는 시장 특성상 전기모터의 개입은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람보르기니는 다른 길을 걸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며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1만 747대를 출고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록적인 성공의 배경에는 과감한 하이브리드 전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우려를 찬사로 바꾼 1001마력 하이브리드
판매량 급증의 일등 공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레부엘토’와 ‘우루스 SE’다. 이들은 전동화가 성능 저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했다.
브랜드 최초의 V12 하이브리드 슈퍼카 레부엘토는 합산 최고출력 1,001마력을 뿜어낸다. 전통적인 V12 엔진의 감성은 유지하면서 전기모터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더했다는 평가다.
슈퍼 SUV 우루스 SE 역시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789마력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지금 계약해도 2026년에 받는 이유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잡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우루스 SE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026년 인도 물량까지 주문이 거의 마감된 상태다.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등 쟁쟁한 경쟁 모델 사이에서 거둔 성과다.
만약 지금 당장 수억 원을 들고 람보르기니 매장을 찾아도,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2년 가까이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명확한 브랜드 전략과 희소성 중심의 유통이 효과를 봤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은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던 셈이다.
람보르기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26년 1월부터 인도가 시작될 ‘테메라리오’까지 더해지면, 모든 판매 라인업을 하이브리드로 채운 유일한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가 된다.
지역별로도 유럽·중동·아프리카(4,650대), 미주(3,347대), 아시아·태평양(2,750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다. 이는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판매 구조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람보르기니의 성공은 슈퍼카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래 기술을 성공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남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