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대 전기차 시장, 기아·테슬라·현대차 ‘716대’ 초박빙 2위 싸움
국산차 점유율 57% 붕괴 위기, 중국산 전기차 공습에 속수무책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이 2년 연속 이어진 역성장을 끝내고 반등에 성공했다. 총 22만 177대가 팔리며 신기록을 세웠지만, 국산차 제조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수입 전기차의 공세 속에서 점유율은 뒷걸음질 쳤고, 제조사 순위까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테슬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차를 3위로 밀어내고 1위 기아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배경에는 단 하나의 모델이 있었다.
모델Y 하나로 현대차를 밀어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올해 들어 5만 397대가 팔려나갔다. 전기 승용차 시장의 26.6%를 혼자 차지한 셈이다. 전년 대비 판매량은 169.2% 폭증했다.
가격이 핵심이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주니퍼’가 5,299만 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에 출시되자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지난 4월 출시 후 하루 만에 1만 5,000대 계약을 돌파했고, 이후 매달 6,000대씩 꾸준히 팔려 상반기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러한 모델Y의 인기는 제조사 순위를 뒤집었다. 기아는 6만 609대(27.5%)로 1위를 지켰지만, 테슬라가 5만 9,893대(27.2%)로 2위에 올라섰다. 현대차는 5만 5,461대(25.2%)로 3위로 내려앉았다. 기아와 테슬라의 판매량 차이는 단 716대에 불과해 언제든 순위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산차 점유율 18%p 증발한 배경
개별 모델의 성패를 넘어 시장 전체 구조가 변하고 있다. 올해 판매된 전기차 중 수입차 비중은 42.8%에 달한다. 2022년 25%에 불과했던 수입차 점유율이 불과 몇 년 새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국산차 점유율은 57.2%로 2022년 75%에서 18%포인트 가까이 증발했다. 안방 시장 주도권을 위협받는 수준이다. 특히 테슬라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이 결정적이었다. BYD, 폴스타 등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하며 올해 중국산 전기차는 총 7만 4,728대가 팔렸다. 전체 전기차 3대 중 1대는 중국산인 셈이다.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사상 처음으로 13.1%를 넘어서며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그 과실이 수입차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경상북도는 최대 1,100만 원의 보조금 덕에 침투율 16.2%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중국산 전기차 확산에 대응하고, 자율주행과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