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추격 대신 좁은 골목길 기동성과 다목적 활용에 집중했다

95마력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 성능보다 경제성과 실용성 내세운 배경



스즈키가 1800만원대 가격에 최대 10명까지 태울 수 있는 독특한 경찰차를 공개했다. 상용 트럭 ‘캐리’를 기반으로 개발한 ‘캐리 패트롤 밴’이 그 주인공이다. 마치 국내에서 단종된 다마스를 경찰차로 개조한 듯한 모습이다.

이 차량은 고속 추격보다 좁은 도로에서의 기동성과 다목적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95마력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 조합은 전통적인 경찰차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스즈키가 이런 상용차 기반 경찰차를 내놓은 배경에는 필리핀의 특수한 도로 환경과 운영 비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고속 추격보다 인원 수송에 집중한 진짜 이유





필리핀의 도로 환경은 스즈키 캐리 패트롤 밴의 탄생 배경을 명확히 설명한다. 대형 순찰차가 활약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이 많고, ‘바랑가이’라는 기초 행정 단위에서는 지역 순찰과 인원 수송이 더 중요한 임무다. 이 차량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적재함에 설치된 대형 승차 공간이다. 후방에 마주 보는 형태의 벤치 시트를 설치해 최대 10명을 태울 수 있게 만들었다.
범인 추격보다는 순찰 인력이나 행정 업무 인원을 한 번에 실어 나르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차체 지붕에는 비상 경광등과 사이렌, 외부 스피커까지 장착해 경찰 업무용 차량의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본질은 지역 공동체의 필요에 맞춘 실용적인 다목적 차량에 가깝다.



95마력 엔진, 성능보다 활용성을 선택했다



성능 제원을 보면 이 차의 목적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1.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95마력, 최대토크 135Nm를 낸다. 여기에 5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고속 추격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수치다.

하지만 스즈키는 속도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 최대 적재량이 940kg에 달해 소형 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원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순찰을 넘어 다양한 행정 업무에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캐리 패트롤 밴은 ‘경찰차는 빨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사례다. 저렴한 차량 가격(약 1800만원)과 유지비, 높은 수송 능력을 앞세워 필리핀 지방정부의 현실적인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 스즈키는 고성능 순찰차가 아닌, 지역에 필요한 다목적 차량을 제안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