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사쿠라보다 140km 더 가는데 가격은 저렴… 일본 생활 파고든 디테일 봤더니
일본 자동차 시장의 36.5%를 차지하는 경차 시장에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중국 BYD가 내놓은 전기 경차 ‘라코’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 2주 만에 1,002대의 주문을 받으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 내세운 것이 아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주행거리가 맞물린 결과다. 일본 경차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산 전기차를 향한 현지 소비자들의 평가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은 닛산보다 싼데 주행거리는 140km 더 길다
경쟁 모델인 닛산 사쿠라와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해진다. 라코는 214만5천엔부터 시작하는 반면, 사쿠라는 244만8,600엔부터다. 라코가 30만엔 이상 저렴하다.
주행거리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사쿠라가 1회 충전 시 180km를 가는 동안, 라코의 상위 트림은 320km를 주행한다. 140km나 더 멀리 갈 수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주문의 80%가 가장 비싼 300 프리미엄 트림에 몰렸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싼 맛에 사는 세컨드카가 아니라, 일상 주력 차량으로 라코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젖은 우산 둘 곳까지… 일본 생활에 집착했다
라코는 차체 크기부터 일본 경차 규격(전장 3,400mm, 전폭 1,480mm 이내)에 정확히 맞췄다. 박스형 디자인과 슬라이딩 도어는 좁은 주차 공간이 흔한 일본 환경에서 승하차 편의성을 높인다.
디테일은 실내에서 빛을 발한다. 뒷좌석 발밑에 마련된 우산 보관 트레이가 대표적이다. 비가 잦은 일본의 기후를 고려해 젖은 우산을 깔끔하게 보관할 자리를 만든 것이다.
컵홀더 역시 가로세로 8cm의 사각형태로 제작하는 등 일본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크기만 맞춘 수입차가 아니라, 실제 생활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보조금 43만엔 차이,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하지만 변수도 존재한다. 바로 보조금이다. 닛산 사쿠라가 58만엔의 보조금을 받는 반면, 라코는 15만엔에 그친다. 43만엔의 차이가 있어 실제 구매 가격은 표기된 가격과 다를 수 있다.
하루 이동 거리가 길지 않고, 주로 정해진 구간만 다닌다면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 사쿠라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반대로 장거리 이동이 잦다면 라코의 긴 주행거리가 매력적이다.
BYD는 이런 점을 고려해 대도시보다 주유소가 줄어드는 중소도시를 공략하고 있다. 6년 또는 15만km의 무상 보증을 제공해 수입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는 전략도 병행한다.
BYD는 라코를 통해 연말까지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출시 2주 만의 1,002대 주문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누적 10만 대 이상 팔린 사쿠라의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다.
초반의 관심이 장기적인 판매로 이어질지는 가격과 주행거리를 넘어 정비,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 시장을 꿰뚫어 본 중국산 전기차의 현지화 전략이 최종 성적표를 바꾸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