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만에 등장한 브랜드 첫 순수 전기 SUV. 내연기관 감성은 지켰지만…

강력한 성능과 오프로드 DNA는 그대로. 하지만 1억 9천만 원 가격표는 묵직하다.

2027 레인지로버 전기차
럭셔리 SUV의 상징, 랜드로버가 57년 만에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놨다. 오랜 시간 쌓아온 오프로드 헤리티지를 전기 모터로 구현한다는 소식에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핵심은 ‘정체성’이다. 과연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전동화 시대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그 답은 강력한 성능과 오프로드 기술, 그리고 1억 9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 안에 있었다.
2027 레인지로버 전기차 실내

외관은 그대로인데 성능은 완전히 달라졌다

랜드로버는 파격 대신 익숙함을 택했다. 레인지로버 전기차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징적인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그릴 패턴을 다듬고 전용 휠을 적용한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의 전부다.

하지만 주행 감각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다. 두 개의 전기 모터가 합산 최고 출력 542마력을 뿜어내며 거대한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단 4.3초 만에 밀어붙인다. 엔진 소음이 사라진 실내는 완벽한 정숙성을 자랑하며, ‘달리는 라운지’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만든다.

오프로드 혈통, 100배 빠른 반응 속도가 증명했다

“전기차가 진짜 험로를 달릴 수 있는가”라는 의심은 기우였다. 새로 탑재된 전기 트랙션 관리 시스템은 바퀴가 헛도는 순간을 0.05초 만에 감지해 제어한다. 기존 내연기관보다 100배나 빠른 반응 속도다.


가속 페달 하나로 미세한 속도 조절이 가능한 오프로드 전용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도 추가됐다. 덕분에 험로 주행 경험이 없는 운전자도 가파른 경사로나 바위 구간을 한결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900mm에 달하는 도하 능력 역시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수준을 지켜냈다.

535km 주행거리보다 더 중요한 건 가격이었다

실용성 측면에서도 빈틈이 없다. 119kWh 대용량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약 535km(미국 EPA 기준)를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최신 800V 시스템을 적용해 350kW급 초고속 충전 시 22분이면 배터리 80%를 채운다.


모든 장점을 확인하고 나면 결국 가격표와 마주하게 된다. 시작 가격은 14만 550달러, 한화로 약 1억 9천만 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의 가격 차이는 약 1200만 원 수준이지만, 2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장벽이다.


결국 레인지로버의 첫 전기차는 브랜드의 가치를 가격으로 증명하는 길을 선택했다. 전통과 혁신을 모두 담아냈지만, 그 가치를 누리기 위한 비용 역시 최고 수준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