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서울시와 손잡고 레벨4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 착수
단순 차량 개발 넘어 통합 관제 플랫폼 구축… 운전기사 일자리 논의의 진짜 핵심
현대차·기아가 서울시와 손잡고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반응이 나왔다. 가장 큰 관심은 단연 ‘운전기사 없는 버스’의 등장과 기존 버스 기사의 일자리 문제에 쏠렸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운전대 없는 버스 한 대를 도로에 내놓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차·기아가 그리려는 그림은 표준화된 차량과 새로운 관제 시스템, 그리고 운수사의 운영 체계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 구축에 가깝다.
당장 내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이번 협약은 자율주행 시대의 교통 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짜여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 차량 개발이 아닌 생태계를 만드는 이유
이번 협약의 목표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다. 레벨4는 특정 조건 하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단계를 말한다. 핵심은 차량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표준화된 센서와 이중화 부품을 적용한 자율주행 전용 버스를 개발해 공급한다. 여기에 실시간 운행 상황과 비상상황까지 관리하는 새로운 관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도 맡았다. 개발사마다 제각각이던 데이터 형식을 통일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서울시는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을,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소속 운수사의 차량 전환과 인력 운용을 지원한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대중교통 시스템에 녹여내기 위한 다각적인 협력 체계다.
버스 기사 일자리, 대체가 아닌 역할 전환에 무게
자율주행 버스 소식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기존 인력의 미래다. 당장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협약 단계에서 논의의 무게 중심은 ‘즉각적인 대체’가 아닌 ‘역할 전환’에 실려있다.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대신, 차량 운행을 감시하고 안전을 관리하거나 관제 센터에서 비상 상황에 원격으로 개입하는 역할이 새로 생겨날 수 있다.
물론 실제 운행 시 안전요원 탑승 여부나 비상 제동의 최종 판단을 누가 내릴 것인지 등 구체적인 운영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버스 기사의 역할 변화 방향도 결정될 것이다. 일반 운전자 역시 머지않아 도로에서 거대한 자율주행 버스와 나란히 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