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표 가장 조용한 한 줄의 진짜 의미, 사고 후 골든타임 확보 나섰다

전기 의존도 높아진 자동차의 숙제… ‘탈출’도 이제 설계의 영역으로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신형 투싼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화려한 편의 사양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양표의 조용한 한 줄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 기술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역할은 명확하다. 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탈출을 돕는 안전 장치다.

이 작은 변화는 자동차가 전기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게 됐는지, 그리고 안전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사양표 한 줄이 보여주는 자동차의 미래



전기가 모든 것을 제어하는 시대의 이면에는 전원 상실이라는 숙제가 있다. 이번에 적용된 기술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원리는 간단하다.

충돌로 차량 주 전원이 차단돼도 별도의 12V 리튬 보조배터리가 문 잠금 해제를 지원한다. 사고 직후 탑승자가 스스로 탈출하거나 구조대가 문을 열어야 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다.



이 기능은 소비자가 가격표에서 직접 확인하거나 평소에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고 시 문이 열리느냐 마느냐는 수리비와 비교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안전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 자동차 안전은 충돌 시 탑승자를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에어백 개수와 차체 강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고 ‘이후’의 생존 가능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전동화 장비가 늘면서 전원 상실 후 탈출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탓이다. 이번 전원 이중화 기술은 그 시작점에 가깝다. 앞으로는 문 잠금뿐 아니라 창문 개방, 비상 개방 장치 등 모든 탈출 경로가 전원이 끊긴 상황을 전제로 설계될 것이다.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내 차의 수동 비상 개방 장치 위치와 사용법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다. 최고의 안전 기술은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 위치는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법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