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411만대 폐차 쏟아져... ‘도시 광산’ 선점 경쟁 본격화
수익성은 아직 물음표, 그럼에도 기업들이 서두르는 진짜 배경은
1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 2017년 전후로 본격 보급된 차량들이 대상이다. 이는 곧 막대한 양의 사용 후 배터리가 시장에 풀린다는 의미다.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다. 업계는 이를 ‘도시 광산’이라 부르며 미래 먹거리로 주목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6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이다.
폐배터리가 ‘도시 광산’으로 불리는 배경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에서 약 411만 대의 전기차가 폐기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용량만 338GWh에 달한다. 이 배터리들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을 품고 있다.
폐배터리를 파쇄해 만든 검은 분말 ‘블랙매스’에서 이 광물들을 추출한다. 원광 채굴보다 비용은 30~50% 저렴하고, 탄소 배출량은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경제성과 친환경성, 공급망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현대차와 배터리 3사가 경쟁에 뛰어든 이유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가 회수하고 현대모비스가 재제조하는 순환 경제 체계를 구축 중이다. 내가 타던 전기차의 배터리를 그룹사가 직접 거둬 재활용하는 구조다.
배터리 3사 역시 사활을 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중국, 유럽에 재활용 거점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재활용률 95%를 목표로 세웠다.
SK온은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을 세워 2025년 상업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 또한 성일하이텍과 협력하며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94%를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EU 규제가 시장 성장을 재촉하고 있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기업들의 경쟁을 더욱 부채질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이 결정적이다. EU는 2027년부터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 정보를 담은 ‘배터리 여권’ 제도를 도입한다.
2031년부터는 리튬 6%, 니켈 6% 등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한다. 재활용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사실상 유럽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다.
물론 당장의 수익성은 과제다. 최근 핵심 광물 가격이 하락하고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재활용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물량이 폭증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