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죽인 건 경찰입니다!”…한 가족을 풍비박산 낸 그날의 진실과 남겨진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

단역배우 자매 성폭행 사망 사건의 끔찍한 전말이 드러났다. 12명의 가해자보다 더 잔인했던 경찰의 2차 가해, 그로 인해 한 가족 전체가 무너져 내린 비극적 진실이 공개됐다.
단역배우 고(故) 양소라 씨의 어머니 / 출처 : KBS2 ‘스모킹건’
연예계의 꿈, 지옥으로 변한 촬영 현장조용하고 학업에만 충실했던 딸, 양소라 씨는 연예인을 꿈꾸던 동생의 제안으로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였다. 자매가 함께하는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라 믿었던 그 길은, 그러나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였다. 드라마 촬영지인 경남 하동에 내려간 그 순간부터, 밝고 성실했던 언니 소라 씨는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에 짙은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고(故) 언니 양소라 , 동생 양소정 / 출처 : 출처 : KBS2 ‘스모킹건’
끝나지 않던 악몽, 12명의 그림자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드러난 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촬영 현장의 반장이라는 자가 시작한 성추행은 이내 끔찍한 성폭행으로 번졌다. 술에 취한 소라 씨를 비디오방으로 끌고 가 짓밟았고, 이후에도 민박집과 모텔을 가리지 않고 범죄는 계속됐다. “반항하면 칼로 얼굴을 그어버리겠다”는 섬뜩한 협박 앞에 그녀는 속수무책이었다.
출처 : KBS2 ‘스모킹건’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소라 씨는 총 12명의 보조출연 담당자와 스태프로부터 3개월간 4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 전화를 빼앗기고 3일간 감금당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실제 큰딸 소라 씨 메모 / 출처: KBS2 ‘스모킹건’
“가해자 성기를 그리라니”…구조가 아닌 절망을 안긴 수사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딸을 설득해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증거로 제출한 딸의 메모와 녹음테이프 꾸러미를 본 경찰의 첫마디는 “이게 사건이 된다고 생각하냐”는 비수 같은 말이었다. “다 잊고 사회에 적응하라”는 말은 피해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

담당 수사관이 바뀐 후에는 더욱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수사관은 피해자인 소라 씨에게 가해자들의 성기를 직접 그려보라고 요구했다. 이는 수사가 아닌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인격 살인이었다. 보호받아야 할 경찰로부터 되려 능욕을 당한 소라 씨는 결국 “사건을 기억해내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며 모든 고소를 취하했다.
단역배우 고(故) 양소라 씨의 어머니 / 출처 : KBS2 ‘스모킹건’
단역배우 고(故) 양소라 씨의 어머니 / 출처 : KBS2 ‘스모킹건’
결국 스러져간 두 자매와…홀로 남은 어머니의 피맺힌 약속그로부터 3년 뒤, 소라 씨는 18층 건물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하던 동생 소정 씨 역시 엿새 뒤 언니의 뒤를 따랐다. 딸들의 비극에 쓰러졌던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남편과 두 딸을 잃은 어머니는 “정신을 차려보니 4년이 흘렀다”며 “내 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12명의 가해자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고 내 딸을 모욕한 경찰”이라고 울부짖었다. 그녀는 이제 딸들의 억울한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세상에 홀로 남아 피맺힌 싸움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