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경력 챔피언 ‘오성진’과 여성 인격 ‘강순’의 공존… “아내와 아이들 위해 살지만, 여자로 존중받고 싶다” 눈물의 호소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19년 차 헬스 트레이너가 ‘물어보살’에 등장했다. 5살 때 겪은 끔찍한 성폭행 트라우마와 가슴 수술 결심까지, 그의 충격 고백을 전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19년 차 헬스 트레이너 / 출처 :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 안에 3명이 살아요”… 19년차 트레이너의 충격적인 자기소개

지난 11일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문을 연 한 남성. 긴 머리 가발과 치마, 다부진 근육의 부조화에 서장훈과 이수근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신을 “세 가지 인격을 가진 40대 남성”이라고 소개하며, 대한민국 방송 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연의 서막을 열었다.

그의 안에는 19년 경력의 프로 헬스 트레이너 ‘오성진’, 셀카를 좋아하는 30대 여성 ‘강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살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공식 기록이 없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F44.8)’를 7년간 치료 중이라는 그의 고백에 보살들은 숙연해졌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19년 차 헬스 트레이너 / 출처 :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지옥 같던 5살의 기억… ‘성폭행 트라우마’가 낳은 비극

여러 인격이 한 몸에 공존하게 된 이유는 처참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는 끔찍한 과거를 털어놓았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는 그의 성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인격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는 “사춘기 전까지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했다”며, 군 휴가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혼해 쌍둥이 자녀까지 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도, 그의 내면에서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파편들이 서로 다른 인격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19년 차 헬스 트레이너 / 출처 :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가슴 수술은 OK, 주요 부위는 NO… 끝나지 않는 인격들의 전쟁

그의 고민은 현실적이었다. 여성 인격 ‘강순’의 뜻에 따라 여성 호르몬을 맞고 있으며, 올겨울 가슴과 얼굴 성형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저를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완전한 성전환은 아니었다. 그는 “주요 부위 수술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남성 인격 ‘오성진’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다. 이를 꿰뚫어 본 이수근이 “성진이 때문에 안 하는 거냐”고 묻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여성 인격은 자신만 남고 싶어 하지만, 남성 인격은 그 꼴을 죽어도 못 보는 내면의 전쟁이 그의 몸 안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19년 차 헬스 트레이너 / 출처 :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가슴 수술은 무책임” 서장훈의 일침과 “아내가 지켜줬다”는 눈물

서장훈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가슴 수술 후 트레이너로서 수입이 줄면 가정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무책임한 결정일 수 있다”는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100번의 대회에서 78번을 우승한 전설적인 트레이너지만, 여성 호르몬은 근손실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연자는 “맞다. 저도 가족 때문에 산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내는 제가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 옆을 지켜준 사람”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아내의 지지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여성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물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랑과 책임의 무게를 되새기게 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