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골든’ 빌보드 핫 100 1위
K팝 가상 걸그룹, 애니메이션의 기적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빌보드는 8월 16일 자 차트에서 ‘골든’이 전주 2위에서 한 계단 상승, 7주 연속 1위를 지켜온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초 81위로 진입한 뒤 23위, 6위, 4위, 2위, 2위를 거쳐 7주 만에 정상에 오른 기록이다. 이는 한국 가상 아이돌 그룹의 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최초 사례다.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 차트를 정복한 K팝 관련 아홉 번째 곡이며, 여성 보컬이 주도한 K팝 곡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해당 차트 정상에 오른 K팝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BTS·6곡), 지민, 정국뿐이었다.
사진=빌보드 SNS
이번 성과는 수치에서도 뚜렷하다. 집계 기간 동안 ‘골든’은 스트리밍 3,170만 회(전주 대비 9% 증가), 라디오 에어플레이 840만 회(71% 증가), 판매량 7,000건(35% 증가)을 기록했다. 곡 제작에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참여했으며, 세 명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프로듀싱은 아이디오(IDO), 투포(24), 테디가 맡았다. 특히 테디와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들이 블랙핑크, 태양, 전소미 등의 글로벌 히트곡을 만들어온 경력이 있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댄스 팝 장르의 ‘골든’은 직선적인 멜로디와 시원한 고음으로 설계돼, ‘떼창’과 군무를 전제로 한 K팝의 특성을 잘 살렸다. 가사에는 “나는 유령이었고 홀로였어요 / 왕관을 받았지만 믿지 못했어요”에서 “이제 나는 태어난 듯 빛나요 / 우리의 순간 / 황금빛이 될 거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성장 서사가 담겨 있다. 서머송 부재 속에서 ‘골든’은 청량한 사운드와 강렬한 퍼포먼스로 팝 시장에 독보적 존재감을 남겼다.

이 곡은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가 부른 OST로, 넷플릭스가 한국어 더빙을 포함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성우 신나리(루미 역), 민승우(진우 역) 등이 참여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린 유아층부터 고령층, 해외 한인 가정 등 다양한 시청층을 고려한 더빙 제작 방식을 선보이며 K콘텐츠 현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핫 100’ 정상에 오른 사례는 1993년 ‘어 홀 뉴 월드’(알라딘), 2014년 ‘해피’(슈퍼배드2), 2016년 ‘캔트 스톱 더 필링!’(트롤), 2022년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엔칸토)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OST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면, 1958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부른 ‘더 칩멍크 송’이 가상 캐릭터 최초의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골든’은 앞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미국과 영국 양대 차트를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K팝이 실사 아이돌을 넘어 가상 그룹과 애니메이션 영역에서도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