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블랙코미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작품 대찬사
에마 스톤 주연의 ‘부고니아’, 베니스 국제영화제 주목

사진=각 영화 포스터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은 영화 ‘부고니아’(Bugonia)가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며 극찬을 받았다. 부고니아‘는 2003년 장준환 감독의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부고니아‘는 외계인 침공설을 믿는 두 청년이 대기업 CEO 미셸(에마 스톤)을 외계인으로 오해해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에서 백윤식이 맡았던 악덕 사장 캐릭터가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으로 변모했고, 에마 스톤은 삭발 연기까지 감행하며 캐릭터의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그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미셸의 모호함이 매력적이었다”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사진=CJ ENM
이번 베니스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상영 직후 관객들은 6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영화에 대한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무대 인사에 나선 에마 스톤은 눈물을 보이며 감격을 드러냈고, 함께한 제시 플레먼스, 각본가 윌 트레이시, 란티모스 감독도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베니스의 전통인 수상 택시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영화제 특유의 현장감을 더했다.

에마 스톤의 변신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라라랜드‘와 ’가여운 것들‘로 이미 오스카 트로피를 두 차례 거머쥔 그는, 삭발을 감행하며 한국 원작의 백윤식 캐릭터를 여성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이 캐릭터가 여성으로 설정되면서 더욱 모호한 긴장감이 생겼다”며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관객의 판단이 계속 흔들리게 되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외신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풍부한 질감과 눈부신 색감이 시각적으로 장관을 선사한다”고 평했고, 보그는 “블랙 유머와 예측 불가의 반전, 충격적인 결말이 강렬한 두 시간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인디와이어는 “란티모스가 웅장하게 채워 넣은 캔버스”라 표현했으며, 인버스는 “올해 가장 장르의 경계를 뒤흔드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웃음과 충격 속에서도 인간적인 주제로 전환된다”며 깊이를 짚었고, 스크린 랜트는 “관객을 웃고, 몸부림치고, 숨을 헐떡이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사진=CJ ENM
’지구를 지켜라!‘가 개봉 당시 기괴한 상상력과 블랙 코미디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음에도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던 것과 달리, ’부고니아‘는 시대적 맥락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일상적으로 퍼지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공감을 얻는 것이다. 란티모스 감독은 “좁은 믿음의 틀 속에서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며 “인간의 본성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에마 스톤은 “온라인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토끼굴처럼 좁은 세계에 가둔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괴롭힘이나 타깃이 되었을 때 그 좁은 현실에 빠져드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배우 제시 플레먼스 역시 “누구라도 음모론의 덫에 걸릴 수 있다”며 현실과 맞닿은 주제에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CJ ENM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부고니아‘는 오는 11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