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살’ 출연 예비신랑, 엽총·망치 들던 父 트라우마 고백
이수근 “낳았다고 무조건 아버지 아냐”… 시청자도 분노한 역대급 사연

사진=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코미디언 이수근이 어머니에게 엽총을 겨누는 등 끔찍한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의 결혼식 초대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사연자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결혼을 앞둔 한 예비 신랑이 출연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과거사를 털어놓았다. 그의 고민은 단 하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아버지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해야 할지 여부였다.

엽총 겨누고 망치 휘두르던 아버지



이날 사연자는 MC 이수근과 서장훈 앞에서 조심스럽게 과거의 트라우마를 꺼내놓았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했다. 사연자는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셔서 술을 좋아하셨다. 돈 문제로 어머니와 자주 다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번은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셨는지 주방에서 칼을 들고나왔고, 어머니가 이를 막다가 손바닥에 피를 심하게 흘리셨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따로 있었다. 사연자는 “겨울철 아버지가 사냥을 하겠다며 엽총을 사 오셨다. 어느 날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던 중, 아버지가 실탄을 장전한 엽총을 어머니 머리에 겨누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어머니가 정말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말렸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망치를 들고 집안 장식장을 모두 부수는 등 폭력은 일상처럼 반복됐고, 이는 고스란히 사연자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낳았다고 무조건 아버지는 아니다



충격적인 사연에 말을 잇지 못하던 이수근은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혼주석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낳았다고 해서 무조건 아버지는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장훈 역시 “어머니는 결혼식에 아버지가 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으며 사연자의 어머니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보살은 사연자가 아버지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신과 어머니의 상처를 먼저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매 걸린 아버지 향한 연민과 갈등



하지만 사연자의 고민이 깊어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가 현재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친구를 보여드릴 겸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그래 좋다’고 하시더니 10분 정도 지나 ‘이 여자 누구냐’고 물으시더라”고 말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사연자는 연민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결혼식에 초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이 반반”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사연자를 향한 응원과 함께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나라면 절대 용서 못 한다”, “어머니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연자의 힘든 결정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