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리본은 없고 샴페인만 있었다…‘W코리아 유방암 행사’ 논란 전말
박재범 ‘몸매’ 열창한 유방암 행사 논란…“환자 조롱인가” 비판 확산

사진=박은빈 SNS, W코리아 SNS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표방한 패션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W Korea)’의 자선 행사가 선정적 파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서 배우 박은빈이 행사장을 일찍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대조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는 유방암 인식 개선을 취지로 내세운 자선 행사였다. 방탄소년단 RM, 뷔, 제이홉을 비롯해 배우 이영애, 고현정, 임수정, 박은빈, 아이브 장원영, 에스파 카리나, 엔믹스 설윤, 있지 유나 등 수많은 스타들이 참석하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행사 현장에서 공개된 영상과 사진은 자선보다는 ‘명품 파티’에 가까웠다. 화려한 조명 아래 샴페인을 들고 춤을 추는 참석자들, 그리고 선정적인 음악과 노출이 강조된 드레스들이 도마에 올랐다. 유방암 인식을 상징하는 핑크 리본을 단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대신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는 모습이 SNS에 공유됐고, 가수 박재범이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곡 ‘몸매(MOMMAE)’를 불러 논란이 폭발했다.
사진=W코리아 SNS
특히 박재범의 무대 직후, 행사에 초대된 연예인들이 해당 곡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 공식 계정을 통해 게시됐다. “유방암 환자들을 조롱하는 듯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행사 취지를 망각한 ‘19금 파티’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은 “유방암은 가슴을 잃는 병인데, 그 상징을 성적 소비의 대상으로 만든 행사”라며 분노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박은빈은 그 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는 행사 직후 차량 안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 W 행사 마치고 황급히 집으로 가고 있다. 좋은 구경했다. 잘 있다 간다. 휴”라며 미묘한 뉘앙스로 말을 남겼다. 이어 “분위기가 좋아서 다들 잘 즐기고 계시더라. 저도 슬쩍 분위기 맛보고 집에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역시 박은빈답다”, “이상한 행사 분위기 눈치채고 먼저 나간 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박은빈은 평소에도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스타일이라 오해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그의 신중한 태도는 논란 속에서 ‘품격 있는 퇴장’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W코리아 SNS
더블유 코리아 측은 20년째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이어왔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기부금 규모는 누적 11억 원에 불과했다. 연평균 5천만 원 남짓으로, 한국유방건강재단의 ‘핑크런’이 누적 42억 원을 모은 것과 비교되며 “명분만 있는 행사”라는 비판이 더해졌다.

주최 측은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가수 박재범은 “정식 캠페인 이후 열린 파티였고, 좋은 마음으로 무페이로 공연했다”며 해명했지만, 사과보다는 변명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자선과 인식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열리는 ‘화려한 행사’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진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유방암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