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00관왕 감독 신성훈, 무연고 장례 충격
5월 자택서 숨진 채 발견…유작 ‘미성년자들2’만 남겼다

사진=라이트컬처하우스
영화감독 신성훈이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40세. 그는 무연고자로 장례가 치러졌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26일 영화계에 따르면 신성훈 감독은 지난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닿지 않자 지인이 직접 자택을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신 감독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지병은 없었으며, 별다른 외상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무연고자로 분류돼 조용히 장례가 치러졌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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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훈 감독의 죽음은 그의 생전 SNS 행적과도 닿아 있다. 그는 자신의 프로필에 “D-day 오늘… Beautiful Day”라는 문구를 남겨둔 상태였다. 또한 지난해에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영화 제작이라는 일이 버겁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때도 소속사 관계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1984년생인 신 감독은 2002년 가수로 데뷔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연기와 연출을 겸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2022년 단편 영화 ‘짜장면 고맙습니다’로 제7회 할리우드 블루버드 영화제에서 베스트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장애인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내용으로,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십 관왕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신 감독은 ‘미성년자들’, ‘신의 선택’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미성년자들’은 청소년 임신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OTT 공개 당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차기작 ‘미성년자들2’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제작사 측은 “현재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며, 고인의 뜻을 살려 예정대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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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훈 감독의 죽음은 생전 불우했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방송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져 자랐고, 이유 없이 맞는 일이 많았다”며 “성인이 된 뒤 입양됐지만 양어머니의 도박 빚 1억6000만원을 갚은 후 파양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주변 관계자들은 “신 감독은 유독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고, 외로움이 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계는 뒤늦게 알려진 신성훈 감독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누리꾼들 또한 “혼자 너무 오래 버텼다”, “재능 있던 분인데 외롭게 보내드린 게 마음 아프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잊고 천국에서 평안하길” 등 추모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그는 작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진 감독이었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를 통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사람”이라며 “세상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