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 쇼크’ 그 이상 될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간과 AI의 빅매치
테슬라 CEO의 도발적인 제안, LoL 황제 페이커의 소속팀 T1이 내놓은 한마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차세대 모델 ‘그록5(Grok5)’를 세계 최강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팀과 대결시키겠다고 선언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의 도전 상대로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T1이 지목되면서, 8년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뛰어넘는 세기의 대결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머스크는 지난 25일 자신의 엑스(X, 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록5가 2026년 최고의 LoL 인간 팀을 이길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그록5가 단순히 특정 게임에만 최적화된 기존 AI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게임 설명서만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범용 AI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인간과의 공정한 대결을 위한 조건도 내걸었다. 그록5가 사람처럼 모니터 화면만 보고 정보를 얻으며, 시력도 인간의 정상 수준(1.0)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계적인 속도로 명령을 입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당 명령 입력 수(APM) 역시 인간의 범주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의 압도적인 피지컬 능력을 배제하고 순수한 전략과 판단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머스크의 도발에 LoL 황제가 답했다
머스크의 파격적인 제안이 알려지자, LoL 역사상 최다 우승(월드 챔피언십 4회) 기록을 보유한 T1이 즉각 응답했다. T1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으로 머스크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페이커의 사진과 함께 “우리는 준비됐다. 당신은?(We are ready, are you?)”이라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상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조 마쉬 T1 CEO 역시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e스포츠 팬들과 IT 업계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세돌 vs 알파고 시즌2가 열리는 건가”, “페이커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서 AI가 못 이긴다”, “게임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아직은 인간이 유리할 것”, “어느 쪽이 이기든 역대급 꿀잼 매치 확정”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8년 전 알파고 쇼크 재현될까
이번 대결이 성사된다면, 2016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의 대국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당시 알파고는 예상을 깨고 이 9단을 상대로 4승 1패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AI 기술의 발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특히 이 9단이 거둔 1승은 AI의 허를 찌른 ‘신의 한 수’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 AI 전문가는 “바둑과 달리 LoL은 10명의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내는 훨씬 복잡한 게임”이라며 “단순 연산 능력을 넘어 팀원과의 소통, 상대의 심리를 읽는 능력 등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기에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과연 페이커와 T1이 AI를 상대로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머스크와 페이커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