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배우는 1400억 손실 낸 적도 없는데” SNS 통해 인종차별 문제 정면 비판
‘미나리’, ‘에브리씽’ 등 흥행 성공 언급하며 “우리의 대표성은 처참하게 후퇴 중” 호소
마블의 슈퍼히어로 ‘샹치’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중국계 캐나다 배우 시무 리우가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시무 리우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아시아계 배우 기용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어떤 작품에든 아시아계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촉구하며 “스크린 속 우리의 대표성은 처참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아시아계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여전히 ‘위험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6000억 날려도 주연인데 아시아계는
시무 리우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백인 남자 배우는 2억 달러(약 2924억 원)의 손실을 두 번이나 내고도 곧바로 다음 대형 영화의 주연을 맡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화로 약 6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반면 “아시아 배우는 지금까지 스튜디오에 1억 달러(약 1462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안긴 적조차 없다”고 주장하며 명백한 이중잣대가 존재함을 암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처럼 뿌리 깊은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그리고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을 직접 언급하며 이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샹치로 떠오른 스타의 소신 발언
시무 리우의 이러한 소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23년에도 “아시아계 남성이 대부분의 역할을 가져가고 있다”는 내용의 한 기사에 대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라. 우리는 새롭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하며 아시아계 배우들의 입지를 대변한 바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시무 리우는 2012년 데뷔해 단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 역할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2021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첫 아시아계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 문화평론가 김모 씨는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약진이 돋보였지만, 실제 제작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딘 것으로 보인다”며 “시무 리우와 같은 스타급 배우의 목소리가 업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