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딸 위독’ 쪽지 받은 아나운서 아빠의 절규
20년간 기러기 아빠 자처한 사연과 기적처럼 회복한 딸의 근황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선규가 과거 딸의 비극적인 교통사고를 회상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생방송 도중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즉사’ 판정을 뒤엎은 부성애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생방송 중 날아든 비극적 소식
최선규는 1992년 9월 26일을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한다. 당시 SBS 창사 멤버로 이직해 한창 바쁘게 생방송을 진행하던 그에게 방송이 끝나자마자 후배가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딸 교통사고 생명 위독, 강남 성심병원 응급실’이라는 짧지만 잔인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두 번이나 짓밟힌 세 살배기 딸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집 근처 골목길에서 후진하던 이삿짐 트럭이 세 살배기 딸을 그대로 덮쳤다. 더욱 끔찍한 것은, 트럭이 딸을 깔고 넘어간 뒤 다시 앞으로 움직이면서 아이를 또 한 번 역과했다는 점이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딸은 피를 많이 토했고, 현장에서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즉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고를 목격한 아내가 직접 트럭 바퀴 밑으로 들어가 아이를 꺼내 병원으로 옮겼다.
하얀 천 너머 느껴진 온기, 기적의 시작
하지만 병원으로 가는 길조차 순탄치 않았다. 영등포 로터리 인근 도로 공사로 차가 한 시간 가까이 꼼짝도 못 하는 상황에서 그는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절규했다. 이 기억은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를 트라우마로 괴롭혔다.
어렵게 도착한 응급실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하얀 천에 덮여 있는 싸늘한 딸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딸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순간, 그는 아이의 몸에서 미세한 온기를 느꼈다.
아주 작은 움직임도 포착됐다. 그는 “우리 딸 안 죽었다. 살려달라”고 외쳤고, 딸의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에 입에 손을 넣어 커다란 핏덩이를 빼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딸의 호흡이 돌아왔다.
20년 기러기 아빠 생활과 딸의 놀라운 근황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딸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긴 싸움을 시작했다. 세 살부터 다섯 살까지, 2년간의 입원 치료와 고된 재활을 견뎌내야 했다.
최선규는 사고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가족 모두를 캐나다로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20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자처한 것이다.
그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딸은 모든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현재는 캐나다의 한 항공사에서 지상직 승무원으로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