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성능 개선으로만 보기 힘든 배기량 상향, 배경엔 원가 절감과 SUV와의 경쟁 구도가 있었다.

연간 자동차세 23만원 인상은 시작점. 차값까지 오르면 첫 차 구매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서민차’의 상징이던 아반떼가 달라진다. 8세대 완전 변경 모델에서 기존 1.6L 가솔린 엔진 대신 2.0L 엔진을 주력으로 삼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단순히 배기량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엔진 변경은 차체 크기 확대와 맞물려 있으며, 이는 곧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당장 연간 자동차세부터 약 23만원 오를 전망이다. 성능 향상이라는 기대감과 유지비 상승이라는 현실적 고민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차는 커졌는데 세금까지 오르는 이유



8세대 아반떼 실내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실내 / 현대자동차


배기량 변경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세금 인상이다. 기존 1.6L 가솔린 엔진의 연간 자동차세는 약 29만원 수준이었으나, 2.0L 엔진은 약 52만원으로 뛴다. 매년 23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부담액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현대차가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엔진을 바꾼 배경에는 커진 차체가 있다. 8세대 아반떼의 전장은 4,765mm로, 과거 4세대 쏘나타보다도 길어졌다. 늘어난 편의·안전 사양까지 더해지면 차량 중량 증가는 필연적이다.

기존 123마력의 1.6L 엔진으로도 일상 주행은 가능하겠지만, 탑승 인원이나 짐이 많아지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오르막길 주행 시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1.6 엔진을 포기한 진짜 속사정



엔진 교체는 국내 시장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엘란트라는 이미 2.0L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모델까지 2.0L로 통일하면 내수와 수출용 엔진 라인업을 단일화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 공용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라인 관리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얻는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영리한 전략인 셈이다.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국내에서 1.6L 가솔린 엔진의 입지가 줄어든 점도 한몫했다. 형제 차종인 기아 K3가 단종되면서 해당 엔진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현재는 소형 SUV 베뉴 등 일부 차종에만 쓰이고 있어, 생산 규모가 작아진 엔진을 유지하기보다 북미형 2.0L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제 아반떼는 SUV와 직접 경쟁한다



아반떼가 마주한 시장 환경도 과거와는 다르다. 준중형 세단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이제 경쟁 상대는 같은 체급의 세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슷한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코나, 셀토스 같은 소형 SUV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됐다.

8세대 아반떼 플레오스 커넥트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플레오스 커넥트 / 현대자동차


이들 SUV는 대부분 1.6L 터보나 2.0L급 엔진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성능 기대치를 높여놨다. 아반떼가 차체를 키우고 2.0L 엔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SUV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저렴한 첫 차’ 이미지를 넘어, 넉넉한 공간과 충분한 주행 성능을 갖춘 세단으로 포지셔닝을 다시 하려는 의도다.

결국 8세대 아반떼의 변화는 차체 확대, 생산 효율화, 시장 경쟁 구도 변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조사는 효율을 높이지만, 소비자는 당장 세금 부담 증가를 마주해야 한다.

물론 신형 2.0L 엔진이 무거워진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성능과 합리적인 연비를 보여준다면,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소비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신형 엔진의 정확한 제원과 차량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최종적인 구매 판단은 모든 정보가 공개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 / 현대자동차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