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가스 배달까지 했던 임창정, 배우 이병헌과의 특별한 인연 재조명
‘백반기행’서 털어놓은 무명 시절 이야기와 히트곡 ‘이미 나에게로’ 탄생 비화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에게도 앞이 보이지 않던 암흑기가 있었다. 생계를 위해 가스 배달까지 해야 했던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기까지, 그 뒤에는 결정적인 세 가지 순간이 있었다. 바로 지독한 생활고, 배우 이병헌과의 인연, 그리고 예기치 못한 우연한 기회다. 그를 나락에서 구원한 운명적인 사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스 배달과 전단지, 막다른 길에 서다
임창정은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스크린 데뷔의 기쁨도 잠시, 일거리가 없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최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해 “오갈 데가 없어 가스 배달도 하고 전단지도 붙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라는 꿈만으로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현실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낀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시 알고 지내던 배우 이병헌을 찾아갔다.
YES IM 엔터테인먼트 제공
운명을 바꾼 이병헌의 전화 한 통
인생의 전환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왔다. 어느 날 이병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이병헌은 “엄기백 PD님이 널 찾으시니, 어느 연습실로 가보라”는 말을 전했다.
임창정은 영문도 모른 채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뮤지컬 감독이 있었고, 다짜고짜 노래를 시켰다. 그는 평소 즐겨 부르던 가수 김종서의 노래를 열창했고, 그의 노래를 들은 감독은 그 자리에서 대본을 건네며 “내일부터 연습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길보드 차트 역주행 신화의 시작
뮤지컬 무대는 그에게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공연을 본 한 음반 관계자의 눈에 띄어 1995년, 마침내 가수로 정식 데뷔하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1집 앨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다들 콧방귀를 뀌었다”며 씁쓸했던 데뷔 초를 떠올렸다.
포기하려던 찰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학로 길거리 리어카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바로 자신의 1집 수록곡 ‘이미 나에게로’였다. 당시 유행하던 불법 복제 테이프를 팔던 노점상, 이른바 ‘길보드 차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노래는 순식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결국 방송 순위 차트 6위까지 오르는 역주행 신화를 썼다.
‘이미 나에게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임창정은 ‘그때 또 다시’, ‘소주 한 잔’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국민 가수로 우뚝 섰다. 배우로서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영화, 드라마, 예능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멀티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가스 배달을 하던 무명 배우가 절망의 끝에서 붙잡은 단 한 번의 기회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