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완치 판정 후 활동에 매진했으나 지난해 암이 재발했다.
복귀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동포 배우 나카무라 유리가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박치기’의 여주인공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얼굴을 알린 그의 사인은 직장암으로 밝혀졌다.
13년 전 이미 한 차례 암을 이겨냈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 크다.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와 이별 뒤에는 주변인조차 몰랐던 오랜 투병의 시간이 있었다.
13년 전 완치 판정, 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
고인은 13년 전에도 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속사 대표와 논의 끝에 투병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장 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끼칠 수 있다는 배려에서였다.
이후 상태가 호전돼 완치 판정을 받았고, 배우로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주변에서는 그의 오랜 아픔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완치 판정 후에도 재발의 공포는 언제나 삶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복귀 준비 중 닥친 비보,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
평화는 길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암이 재발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다른 곳으로 전이가 발견됐다. 이때부터 완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이어왔다.
올해 7월에는 건강 악화로 내년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8월 복귀를 위해 회복에 힘쓰던 중 장폐색이 발생하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병원에서는 갑작스러운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소속사 측은 “고인은 침착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유지한 채 가족, 지인과 마지막 순간을 소중히 보냈다”고 전하며 지난 9월 1일 영면했음을 알렸다.
자이니치라고 당당히 말해 좋다던 배우
1982년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3세 아버지와 서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했다. 16세에 아이돌로 데뷔했으나 배우로 전향한 뒤 더 큰 빛을 봤다.
특히 2007년 영화 ‘박치기 러브&피스’는 그의 인생작이 됐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벽에 부딪히는 연예인 지망생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는 “2002년 월드컵 때 주위에서 ‘한국 져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버럭 났다”며 “자이니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좋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 한효주와 호흡을 맞추는 등 최근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