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파이트 클럽’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마이클 패스벤더의 만남.
냉혹한 킬러의 세계, 그의 완벽한 계획은 어떻게 무너졌나.
감정을 지운 암살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118분의 숨 막히는 복수극.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 내놓는 작품마다 특유의 냉소적인 분위기와 정교한 연출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가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더 킬러’는 이름 없는 한 암살자의 시선과 내레이션을 따라가는 스타일리시한 누아르 스릴러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주인공은 그저 ‘킬러’일 뿐, 이름도 과거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자신만의 엄격한 규칙과 냉철한 태도뿐이다.
완벽주의자가 만든 냉혹한 킬러의 세계
그는 프랑스 파리의 한 건물에서 타깃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원칙을 되뇐다. “예상하라, 임기응변하지 말라”, “누구도 믿지 마라”, “감정 이입은 금물이다”.
마치 수도승처럼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단련하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무료함을 견딘다.
이러한 모습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 정적인 시간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과 그가 살아가는 세계를 촘촘하게 구축한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대사보다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암살자의 공허하고 기계적인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온 나비효과
이 실패는 단순한 임무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완벽했던’ 킬러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제거 대상이 되고, 그의 연인마저 공격을 받는다.
이때부터 영화는 냉정했던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양상을 띤다. 하지만 ‘더 킬러’는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총격전이나 격투 장면이 등장하지만, 과장되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건조하고 현실적으로 묘사되며, 암살이라는 행위의 폭력성과 허무함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배후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과 연관된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핀처의 미장센
차갑고 정제된 색감, 극도로 계산된 구도,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조명 등 화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그의 통제 아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영화 ‘소셜 네트워크’부터 핀처 감독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음악은 영화의 서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미니멀하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운드 디자인은 때로는 화면보다 더 강력하게 관객의 심리를 압박한다.
한 영화 평론가는 “핀처는 소리와 침묵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보이지 않는 위협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핀처의 팬이라면, 그리고 잘 만들어진 스릴러 한 편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 118분짜리 암살 교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