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시간 분량의 경찰 바디캠 영상으로 재구성한 플로리다 총격 살인 사건의 전말
“애들이 시끄럽다” 2년간 이어진 민원,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이 불러온 비극
영화의 95%는 30시간이 넘는 실제 경찰 바디캠과 감시 카메라, 심문 영상으로만 채워져 있다. 2년간 이어진 사소한 이웃 갈등이 어떻게 네 아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비극으로 끝났는지, 그 과정을 날것 그대로 따라간다.
“나는 완벽한 이웃입니다”…2년간의 갈등
백인 여성 수잔 로린츠(61)는 이웃집 아이들(대부분 흑인)이 집 앞 잔디밭(심지어 본인 소유도 아닌)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2년간 수십 차례 911에 신고했다.
다큐멘터리는 로린츠가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적 욕설(N-word)과 비속어를 내뱉는 장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나는 완벽한 이웃이다. 거의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고 항변하는 모습을 바디캠 영상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경찰은 로린츠를 ‘사이코’, ‘귀찮은 민원인’ 정도로 취급했다. 이웃들 역시 “원래 저런 사람”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로린츠의 분노와 인종차별적 증오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문을 뚫고 나간 총알, 네 아이 엄마의 죽음
그 순간, 로린츠는 굳게 잠긴 문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총알은 문을 뚫고 오웬스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엄마가 총에 맞았어요!” 아이가 울부짖으며 911에 신고하는 다급한 음성,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바디캠에 담긴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병원에서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강렬한 현장감과 함께 깊은 무력감을 안긴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체포는 5일 뒤
이 법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우,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해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법안이다. 2012년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한 조지 짐머맨이 이 법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미국 전역에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로린츠 역시 이 법을 방패 삼아 5일간 체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총격 전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되고, 문이 부서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그녀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2024년 11월,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다큐는 ‘완벽한 이웃’이라 주장한 한 개인의 광기를 넘어, 증오를 부추기고 총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미국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겨눈다.
109분의 러닝타임 내내 목격하는 이 ‘현실’은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한 불안과 분노를 남긴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