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신작, 1억 2천만 달러 제작비 투입
제이콥 엘로디 ‘괴물’ 파격 변신... 오스카 아이삭·미아 고스와 호흡
총 1억 2천만 달러(약 16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델 토로 감독이 수십 년간 준비해 온 ‘꿈의 프로젝트’로 알려지며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공포 아닌 비극적 드라마”… 149분의 서사
델 토로 감독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을 “감정의 서사와 미학적 표현이 중심인 작품”이라 정의하며, 기존의 공포물과는 궤를 달리할 것을 예고했다.영화의 공식 시놉시스는 “자만심 강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괴생물체를 만드는 끔찍한 실험을 감행하고, 결국 창조자와 그의 비극적 창조물 모두의 파멸로 이어진다”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창조자(빅터)’와 ‘창조물(괴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 관계처럼, 창조와 책임, 그리고 버려짐과 소외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149분의 러닝타임 동안 밀도 있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목에 볼트’ 없는 새로운 괴물의 탄생
이번 ‘프랑켄슈타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캐스팅과 캐릭터 디자인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불리는 오스카 아이삭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독보적인 분위기의 미아 고스가 그의 연인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괴물’ 역은 ‘유포리아’, ‘솔트번’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제이콥 엘로디가 맡았다.
1931년작 고전 영화가 확립한 ‘목에 볼트가 박힌’ 정형화된 괴물 이미지는 이번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델 토로 감독은 보다 조각적이고 신체 조합의 흔적이 드러나는, 고통과 고립감이 느껴지는 미학적인 디자인으로 괴물을 재창조했다. 앞서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공개된 이후, 제이콥 엘로디의 괴물 연기가 시각적 충격과 동시에 깊은 슬픔을 전달한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90년 고전의 틀을 깬 델 토로의 미장센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 제임스 웨일 감독의 고전 공포 걸작, 1994년 켄네스 브래너 감독의 스펙터클한 작품 등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하지만 2025년 델 토로의 버전은 이들과 명확한 차별점을 둔다. 19세기 고딕 분위기를 극대화한 미장센, 실감 나는 특수효과, 그리고 원작의 부제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상징하는 과학적 윤리와 창조의 책임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감정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미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서사적 깊이는 다소 얕다”는 비판도 나왔으나, “배우들의 연기와 델 토로 특유의 시각미는 압도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고전의 재해석을 넘어, ‘괴물’의 내면적 고통과 창조자의 죄책감이라는 감정의 폭발에 집중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11월 7일 넷플릭스에 드디어 공개된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