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 관객 63만명에 그쳤던 스릴러 ‘널 기다리며’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 타고 ‘숨은 명작’으로 재평가

영화 ‘널 기다리며’ 스틸컷. NEW 제공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한국 스릴러 영화가 넷플릭스 순위를 뒤흔들고 있다. 2016년 작 ‘널 기다리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최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에서 2위까지 오르며 이례적인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극장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이 어떻게 OTT 플랫폼에서 부활할 수 있었을까.

극장 흥행 실패 10년 만의 재조명



모홍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심은경, 윤제문, 김성오가 주연을 맡은 ‘널 기다리며’는 2016년 3월 개봉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 출소하기만을 15년간 기다린 소녀 희주(심은경 분)를 중심으로, 비슷한 방식의 연쇄살인이 벌어지며 펼쳐지는 7일간의 추적을 담은 스릴러다.
당시 배우 심은경의 서늘한 연기 변신과 살인범 역할을 위해 파격적인 체중 감량을 감행한 김성오의 열연이 화제가 됐지만, 최종 관객 수는 약 63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잊혔던 이 영화가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영화 ‘널 기다리며’ 포스터. NEW 제공


역주행의 일등공신 넷플릭스 알고리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역주행의 핵심 요인으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지목한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시청 기록, 선호하는 장르, 즐겨보는 배우 등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메인 화면에 노출한다.
이 시스템이 자극적이고 몰입도 높은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널 기다리며’를 ‘숨은 명작’으로 소환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영화 ‘감기’가 순위권에 오르거나, 특정 배우의 신작 공개와 함께 과거 출연작이 덩달아 인기를 끄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함께 떠오른 또 다른 숨은 영화



영화 ‘그물’ 스틸컷. NEW 제공


‘널 기다리며’의 역주행은 혼자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2016년 개봉작인 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 역시 넷플릭스 영화 부문 5위에 오르며 동반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배우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그물’은 남한으로 표류하게 된 북한 어부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개봉 당시 누적 관객 5만 6천여 명에 머물렀으나 OTT를 통해 작품성을 재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극장 흥행의 벽을 넘지 못했던 영화들이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널 기다리며’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또 어떤 숨은 명작이 발굴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