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사건을 두고 맞붙은 두 형사.
범인을 잡기 위한 위험한 거래는 누구를 위한 정의였나.
이 영화는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한 형사의 ‘선택’과 그가 믿었던 ‘정의’가 어떻게 ‘파국’을 맞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까.
인천을 뒤흔든 잔혹한 토막 살인 사건.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교착 상태에서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는 초조해진다. 실적 경쟁에서 라이벌인 2팀장 민태(유재명)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그들은 단순히 동료이자 경쟁자를 넘어, 서로의 가장 어두운 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정의를 향한 집착이 부른 비극적 선택
모두가 범인 검거에 실패하며 수사가 벽에 부딪히자, 한수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과거 정보원이었던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가 위험한 제안을 해온 것이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알려주는 대신, 다른 살인 사건 하나를 덮어달라는 거래. 범인 검거라는 대의명분 아래, 그는 불법과 타협하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하며, 원작의 묵직한 분위기를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국으로 치닫는 두 남자의 진짜 대결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 한수의 미심쩍은 행보를 포착한 민태는 그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목을 조여온다. 범인을 잡으려는 자와, 그 과정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자.이들의 대결은 단순한 실적 경쟁을 넘어 각자의 신념을 건 처절한 싸움으로 번져나간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과정은,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부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연쇄살인범의 진짜 정체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인물로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한수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 최후의 방아쇠를 당긴다.
개봉 당시 전국 20만 3,04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최근 OTT를 통해 재발견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성민, 유재명 두 배우의 신들린 연기력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강렬하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승진한 민태가 화장실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이며, 우리가 본 괴물은 누구였는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려운 이유다. 참고로 엔딩 크레딧 이후 별도의 쿠키 영상은 제공되지 않으니, 바로 다음 콘텐츠를 즐겨도 좋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