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센터에 가는 발걸음, 운동이 아니라 ‘미래의 뇌를 위한 병원 예약’입니다.”

사진 : 정다예의 필라테스 / 뉴스와
‘필라테스’라고 하면 흔히 연예인들의 매끈한 몸매 관리나 현대인의 거북목, 굽은 등 교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유산소 운동도 아니고, 육중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근력 운동도 아닌 필라테스. 그런데 최근 최첨단 뇌과학 분야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뇌과학자들이 치매 예방과 뇌 노화 방지를 위해 가장 추천하는 운동 중 하나로 필라테스를 꼽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 정다예의 필라테스 / newswa
단순히 몸을 곧게 세우는 운동인 줄 알았던 필라테스가 어떻게 우리의 ‘뇌’를 젊게 만드는 것일까? 그 핵심 비밀은 바로 ‘고유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에 있다.

‘몸의 GPS’를 깨워 뇌 신경망을 자극하다.
사진 : 생성형 이미지
고유수용성 감각이란 눈으로 보지 않고도 내 몸의 위치, 방향, 근육의 수축 정도를 감지하는 일종의 ‘내 몸 안의 GPS’다. 멍하니 러닝머신 위를 뛰거나 규칙적으로 기구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운동과 달리, 필라테스는 척추 하나하나의 마디(분절)를 느끼고 골반의 미세한 각도를 조절하며 흉식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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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 몸의 아주 미세한 감각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뇌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한다. 즉, 필라테스는 단순히 근육을 쓰는 운동이 아니라 ‘뇌와 몸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뇌의 신경 회로가 새롭게 연결되고 강화되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 극대화된다. 뇌를 계속해서 쓰게 만들어 세포의 퇴화를 막는 원리다.

기억력의 핵심 ‘해마’를 키우는 필라테스의 힘

치매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이 축소되면서 시작된다. 뇌 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정교한 신체 조절과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운동을 할 때 해마 부위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신경세포 생성 물질(BDNF)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필라테스의 복잡해 보이는 동작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뇌의 전두엽과 해마를 동시에 강렬하게 자극한다. 실제로 균형을 잡고 속근육을 통제하는 훈련을 꾸준히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 기능 점수가 향상되고 해마의 부피 감소가 억제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필라테스가 단순한 스트레칭을 넘어선 ‘뇌 재활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이유다.

10년 뒤 병원비를 아끼는 가장 똑똑한 투자

“운동하러 가기 너무 귀찮다”며 센터로 향하는 발걸음을 망설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생각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신이 필라테스 기구 위에 올라서는 것은 단순히 뱃살을 빼거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함이 아니다. 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치매와 인지 장애를 예방하고, 수천만 원의 병원비를 아끼기 위한 가장 확실한 ‘의학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루한 백세시대가 아닌, 명확한 정신으로 삶을 즐기는 백세시대를 원한다면 오늘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해보자. 필라테스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이, 바로 당신의 뇌를 치료하러 가는 가장 건강한 병원 방문길이 될 것이다.

박동식 기자 dspar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