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의 밤이면 밤마다’ 나둘숙 작가

자신의 마음을 동화로 듣는 오디오북이 화제다. 친구와 다퉈 속상한 날, 실수한 일이 자꾸 떠오르는 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날,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한 날. 그날의 마음에 따라 이야기를 골라 듣는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다.
사진 :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 / 나둘숙 작가 제공
주인공은 열 살 소녀 ‘지아’. 낮 동안 마음속에 고민 하나를 품고 잠든 지아는 밤이 되면 꿈속의 특별한 세계로 떠난다. 그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을 보고, 만지고, 때로는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기 마음의 이유를 하나씩 알아간다.

열 살 아이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작품이 들여다보는 마음은 특정 연령에 머물지 않는다. 불안하고, 서운하고, 비교하고, 후회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익숙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전 연령의 마음동화다.
사진 :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 / 나둘숙 작가 제공


작품은 총 10개 시즌, 100편으로 구성됐다. 같은 감정을 반복해서 다루기보다 시즌마다 전혀 다른 소재와 세계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특징이다. 시즌1 〈내 마음의 돌덩이〉에서는 감정에 처음 이름을 붙이고, 시즌2 〈거꾸로 보는 마음 정비소〉에서는 진짜 마음을 홀로그램처럼 들여다본다. 시즌3 〈천년의 비밀 박물관〉은 국보에 새겨진 마음의 지혜를, 시즌4 〈은밀한 스포츠 연구소〉는 운동 속에 숨은 성장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시즌5 〈지아의 엉뚱한 발명소〉에서는 실패에서 태어난 위대한 발명들을 만난다.

시즌6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밤〉은 명화 속에서 위로를 찾고, 시즌7 〈마음의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명곡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본다. 시즌8 〈마음을 짓는 설계도〉에서는 세계 건축물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시즌9 〈마음 레시피 연구소〉에서는 음식을 통해 감정을 풀어낸다. 마지막 시즌10 〈마음 기상청〉은 감정을 날씨처럼 관측하며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가는 이야기다.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는 밀리의 서재. 예스24. 알라딘 등의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으며 시즌9. 시즌10은 영어로도 들을 수 있다.

Q. 23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왜 ‘마음동화’를 쓰게 됐나요?

“저 역시 오랫동안 불안과 걱정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어요. 그래서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는 이야기보다 ‘오늘은 마음이 많이 불안했구나’라고 먼저 알아봐 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도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어른과 비슷한 감정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고요. 친구에게 미움받을까 걱정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실수한 일을 오래 품기도 하죠. 결국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제가 가장 먼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고요.”

Q. 왜 주인공은 열 살 ‘지아’인가요?

“열 살은 어린아이의 세계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친구 관계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중요해지는 시기예요. 비교도 시작되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정확한 말로 설명하는 일은 아직 어렵죠. 어른에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는 일, 발표하다 틀리는 일 하나가 아이의 하루 전체를 흔들기도 합니다. 그런 복잡하고 섬세한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아’라는 이름에는 ‘알 지(知)’, ‘나 아(我)’, 나를 알아간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Q. ‘눈물 세차장’, ‘달빛 세탁소’, ‘마음 수리국’처럼 감정을 공간으로 표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슬퍼도 괜찮아’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슬픔을 직접 들고 세차장에 가서 씻어 보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눈물을 마음의 먼지처럼 씻어 내는 ‘눈물 세차장’, 실수로 생긴 얼룩을 빨아 주는 ‘달빛 세탁소’, 지친 마음의 엔진을 쉬게 해 주는 ‘마음 수리국’ 같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눈으로 보고, 만지고, 그 안을 여행하다 보면 자기 마음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사진 :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 / 나둘숙 작가 제공

Q. 영상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인데, 왜 ‘오디오북’이었나요?

“영상은 완성된 장면을 보여 주지만 오디오는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장면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누군가는 파란 밤하늘을, 누군가는 분홍빛 구름을 떠올릴 수 있어요. 문이 열리는 소리 하나로 그 너머를 상상하고, 짧은 침묵 하나로도 인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오디오의 매력입니다. 무엇보다 눈을 감고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자기 마음으로 천천히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 / 나둘숙 작가 제공

Q. 마음을 다루는 작품인데 의외로 엉뚱하고 웃기는 장면도 많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쓸 때 늘 ‘재미있는 게 없을까?’를 생각해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너무 무겁기만 하면 그것 또한 숙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힘든 순간에도 잠깐 웃을 수 있습니다. 그 웃음이 문제를 없애 주지는 않지만 숨을 한 번 돌리고 다시 마음을 바라볼 틈은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엄마의 엉뚱한 잠꼬대도 나오고, 몽몽이 지아보다 먼저 실수하기도 해요. 제 작품에서는 다정함과 유머가 함께 갔으면 합니다.”

Q. 100편을 통해 가장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네 마음에는 틀린 감정이 없어.’ 슬픔도, 화도, 질투도, 두려움도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을 서둘러 없애려 하기보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를 한 번 들여다봤으면 해요. 이야기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답과 위로를 발견했으면 합니다.”

〈지아의 밤이면 밤마다〉는 100편의 이야기를 거울 삼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이야기다. ‘오늘, 내 마음은 어땠지?’ 그 질문이 100편의 밤을 관통한다.

박동식 기자 dspar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