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21개 대회 분석…기후 변화가 러너들의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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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마라톤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

마라톤은 오랜 준비와 꾸준한 훈련이 필수인 종목이지만, 레이스 당일만큼은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날씨’입니다. 최근 기온 상승이 이어지면서 많은 러너들이 예상보다 높은 온도 속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고, 기록 단축은 물론 완주조차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신 보고서는 이러한 기온 변화가 앞으로의 글로벌 마라톤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86%의 마라톤, 최적 기온이 낮아진다

비영리 기후 연구 단체 ‘Climate Central’은 전 세계 221개 마라톤을 분석한 결과, 2045년에는 86%의 대회에서 최적 러닝 기온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달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전보다 최적의 온도에서 레이스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도쿄 마라톤이 가장 높은 확률(69%)로 적절한 온도 조건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향후 크게 감소할 전망입니다. 연구진은 “올해만 해도 이상 고온 현상이 여러 글로벌 마라톤에서 러너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며, 기후 변화의 실질적 영향을 강조했습니다.

고온이 러너의 몸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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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높아지면 달리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몸이 스스로를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지적합니다.

-피부로 가는 혈류 증가 → 근육·장기로 가는 혈류 감소

-심박수 상승 → 같은 페이스도 더 힘들게 느껴짐

-땀 분비 증가 → 탈수 위험 증가

-열질환 발생 가능성 상승

단 몇 도의 온도 상승만으로도 러닝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그 영향이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탈수는 2~3%만 진행돼도 퍼포먼스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과열되면 정상 체력의 성인도 열사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러너가 실천할 수 있는 고온 대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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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온 환경에서 달릴 때 다음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조언합니다.

-목이 마르기 전부터 수분 섭취 시작

-레이스 페이스 평소보다 조절

-땀 배출이 잘되는 기능성 의류 착용

-어지러움·구토·극심한 피로 등 열사병 징후 즉시 중단

“날씨에 관해선 아무리 건강해도 예외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출발 시간 조정부터 장기적 대응까지

단기적으로는 레이스 시작 시간을 더 이른 새벽으로 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마라톤이 개최되는 계절이나 지역 선택이 기록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러너들은 앞으로 대회를 선택할 때 해당 도시의 기온 패턴, 예상 기후 변화, 시간대별 기온 차 등을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기후 변화 자체를 늦추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버킷리스트 마라톤, 앞으로는 더 ‘전략적 선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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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보스턴·런던·도쿄 등 세계 주요 마라톤은 여전히 러너들의 버킷리스트 상단에 있지만, 기온 상승은 이들 대회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대회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러닝 조건이 좋은 도시와 계절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기후 변화는 이제 러너의 기록을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입니다. 훈련과 장비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기온이라는 외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