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벽 뚫는 고래회충부터 뇌 침범하는 폐흡충까지… 날것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소주·초장으로도 절대 안 죽어요”… 당신이 몰랐던 생식의 치명적 위험

사진 : 생선회 / 생성형 이미지
신선하다는 이유 하나로 날것을 즐기는 식문화가 있다. 갓 잡은 해산물이나 소의 생내장을 기름장에 찍어 먹으며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른다.

겉보기에 아무리 싱싱해도 고온 살균을 거치지 않은 식재료는 위험을 품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생충과 세균은 장벽을 뚫고 신경계까지 위협한다. 많은 이들이 믿는 소주나 매콤한 양념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독한 술과 양념도 소용없는 이유

사진 : 생선회 / 생성형 이미지
흔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나 초장, 고추냉이를 곁들이면 기생충이 죽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징어나 생선회에서 발견되는 고래회충(아니사키스) 유충은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질기다. 이런 유충이 위벽을 파고들면 극심한 복통과 함께 급성 장폐색으로 이어져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설령 유충이 죽더라도 그 사체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중심부 온도가 63도 이상에 도달하도록 충분히 가열하거나, 영하의 온도에서 급랭 처리된 제품을 섭취하는 것뿐이다. 해산물을 날로 먹은 뒤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시작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까지 침범하는 감염 경로가 밝혀졌다

사진 : 간장게장 / 생성형 이미지
민물 갑각류를 통한 감염은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간장게장이나 덜 익힌 민물게를 섭취할 경우, 그 안에 있던 폐흡충 유충이 인체로 들어온다. 이 유충은 장벽을 뚫고 횡격막을 넘어 폐에 자리 잡는다.

폐에 침투한 유충은 피가 섞인 기침을 유발하고 만성적인 호흡기 손상을 일으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유충은 혈관을 타고 중추신경계인 뇌까지 올라가 전신 마비와 같은 심각한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단순히 간장에 며칠 절였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냄새 없는 신선함이 더 위험했다

기생충이나 세균에 감염된 식재료는 특별한 냄새가 나거나 눈에 띄는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의 첫 번째 위인 천엽을 날로 먹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도축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는 캠필로박터균은 맹독성 식중독을 일으킨다.
사진 : 천엽 / 생성형 이미지
이 균에 감염되면 극심한 설사와 고열에 시달리며, 면역 체계가 무너져 마비성 신경 질환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평소 즐겨 먹던 소 천엽 한 점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신선도만 믿고 생식을 고집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와 같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