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전문가 출신 진은숙 부사장, 사장으로 파격 승진...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 던진 ‘충격탄’
정의선 회장, 자율주행 현장 직접 점검하며 SDV 전환 가속화... 인사와 기술 ‘투트랙’ 혁신

진은숙 사장 - 출처 :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건 파격적인 인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 57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여성 사장’을 임명하며 재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승진을 넘어,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제조업 문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혁신 의지로 풀이된다.

그 주인공은 ICT(정보통신기술)본부장을 맡아온 진은숙 부사장이다. 진 부사장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정의선 회장이 조직문화와 기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리천장 깬 ICT 전문가



SDV - 출처 : 현대자동차


진은숙 신임 사장은 국내 대표 IT 기업인 NH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여러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2021년 말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그룹의 디지털 전환(DT)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룹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원 앱(One App) 통합,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의 승진은 현대차가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를 맞아 단순한 이동수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3월,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미 한 차례 주목받았던 진 사장은 불과 몇 달 만에 최고 경영진의 반열에 오르며 그룹 내 여성 리더십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정의선 회장의 현장 행보



정의선 회장 - 출처 : 현대자동차


공교롭게도 파격적인 인사가 발표된 같은 날 오전,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계열사 ‘포티투닷(42dot)’의 판교 본사를 직접 찾았다. 이는 최근 송창현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 최고 경영층의 첫 공식 현장 방문으로, 그룹의 미래 핵심 기술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다.

정 회장은 장재훈 부회장 등 주요 임원들과 함께 아이오닉6 기반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차량에 직접 탑승했다. 판교 일대 약 15km 구간을 30분간 주행하며 기술의 완성도와 실제 주행 성능을 꼼꼼하게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최우선 미래 투자 가속



포티투닷 - 출처 : 현대자동차


시승을 마친 정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안전성과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삼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조직을 다잡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 말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2026년부터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에 총 50조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은숙 사장 승진이라는 인사 혁신과 자율주행 현장 점검이라는 기술 독려가 같은 날 이뤄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조직문화와 미래 기술 전환을 동시에, 그리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구상이 명확히 드러난 하루”라고 평가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