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버티컬로, 애플은 제미나이로
달라진 AI 생존 전략

사진=생성형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범용 AI 모델이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막대한 인프라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 구조가 동시에 부각되며 주요 기업들은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오픈AI의 사업 모델 전환과 애플의 AI 노선 변화는 기술 경쟁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오픈AI, 광고형 요금제 모색…수익 모델 전환의 기로에 서다

AI 혁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아온 오픈AI는 최근 재무적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생성형 AI 이용자는 급증했지만, 다수의 사용자가 무료 서비스에 머물러 있어 수익 확대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반면 고성능 모델을 유지·고도화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연산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구독 중심 수익 구조만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이에 따라 오픈AI는 범용 챗봇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산업 특화 AI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에너지, 금융,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특화한 이른바 ‘버티컬 AI’를 통해, AI가 창출한 성과 자체를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발견된 물질이나 기술에 대해 라이선스 확보 또는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지식재산권(IP) 기반 모델이 거론된다. 이는 광고와 구독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선택지는 광고 모델 도입이다. 오픈AI는 저가 요금제와 무료 서비스에 광고를 탑재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대화 내용과 연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노출하는 방식은 플랫폼 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전략이지만, AI 서비스 특성상 답변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향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광고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구글
■ 애플, 제미나이와 손잡고 AI 전략 수정

한편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생태계를 보유한 애플 역시 AI 전략 수정에 나섰다.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를 기존의 단순 명령형 도구에서 벗어나, 문맥 이해와 연속 대화가 가능한 챗봇 형태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대화형 AI가 스마트폰과 운영체제 전반에 깊숙이 통합되는 흐름 속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애플은 자체 대형언어모델 대신 구글의 제미나이를 기반 모델로 선택했다. 단기간 내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부에서 검증된 모델을 활용해 격차를 빠르게 줄이되, 온디바이스 AI와 개인정보 보호 등 애플이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는 자체 기술 개발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공격적 확장보다는 위험을 관리하며 점진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애플 특유의 접근법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생성형 AI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초기에는 모델 성능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막대한 비용 구조 속에서 어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수익 구조 실험과 산업 특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고, 애플은 외부 협력을 통해 빠르게 경쟁 구도에 합류하려는 길을 택했다.

결국 AI 시장의 경쟁 축은 기술 우위를 넘어 자본력, 사업 구조, 생태계 통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챗GPT와 제미나이를 둘러싼 최근의 전략 변화는 생성형 AI 산업이 다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