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서 무죄?”
모텔 연쇄 살인 피의자 둘러싼 위험한 반응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강북 모텔 약물 사망 사건’이 충격을 안긴 가운데, 온라인에서 피의자를 둘러싼 ‘미화 논란’과 무분별한 신상 확산이 동시에 번지며 2차 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의 본질보다 외모와 사생활이 소비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생성형 일러스트
■ 외모 중심 반응 확산…피의자 미화 논란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피의자로 알려진 20대 여성 김모 씨의 계정이라는 게시물이 빠르게 퍼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외모를 언급하며 동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과도한 옹호성 댓글을 남겼고, 피의자의 과거 사진과 게시물을 감정적으로 소비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실제로 피의자 SNS로 추정되는 계정에는 단기간에 팔로워가 급증하고, 과거 게시물마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거나 동경하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반응이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피해자 관점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피해자와 유가족 입장에서는 피의자를 미화하거나 동정하는 표현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건의 핵심은 약물을 이용한 범행으로 사망과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신상 털이·사적 제재 확산…2차 가해 우려

경찰이 공식적으로 신상 공개를 검토하지 않는 상황에서 온라인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진과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했다. 일부 게시물에는 얼굴 사진과 이름, SNS 계정 등 개인 정보가 모자이크 없이 공유됐고, 댓글 공간에서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비공식 신상 공개는 명백한 불법 소지가 있다고 강조한다. 공인이 아닌 개인의 정보를 유포하거나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 확산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의자는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 사용된 약물은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파악됐으며, 경찰은 추가 피해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약물 위험성을 생성형 AI에 문의한 정황도 확인돼 경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신상 공개 기준 논쟁…알 권리 vs 인권 보호

이번 사건은 신상 공개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러왔다. 현행법상 신상 공개는 범행의 잔혹성,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그러나 ‘잔혹성’과 ‘공익’ 판단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사건마다 결정이 달라지는 점이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식 절차에 따른 제한적 공개가 오히려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신상 털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죄 추정의 원칙과 가족의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논란은 범죄 보도와 온라인 반응의 경계,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경찰은 추가 조사와 관련 검사를 계속 진행 중이며, 사건이 재판 단계로 넘어간 이후에도 미화 논란과 신상 공개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