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선 폭망했는데
‘프로젝트 Y’, 넷플릭스 1위 반전
결정적 요인은?
극장에선 외면받았던 영화가 OTT에선 1위다. 혹평 속에 묻힐 뻔했던 ‘프로젝트 Y’가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정상에 오르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같은 작품, 다른 결과. 플랫폼이 바뀌자 흥행의 공식도 달라졌다. ‘프로젝트 Y’는 지난 1월 개봉 당시 누적 관객 14만여 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손익분기점(100만명)을 크게 밑도는 성적표였다. 개봉 초반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부정적인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며 순위는 4위, 5위로 밀려났다. 관객 반응 역시 “재미없다”, “불쾌하다” 등 혹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선 전혀 다른 흐름이 펼쳐졌다. 지난 17일 공개된 직후 빠르게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불과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 TOP10 영화’ 1위에 올랐다. 극장에서는 조용히 사라졌던 작품이 OTT에서는 가장 먼저 선택받는 콘텐츠가 된 셈이다.
이 같은 반전의 핵심은 플랫폼 환경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시청 이력과 선호 장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노출한다. 범죄물·스타 배우 중심 작품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프로젝트 Y’가 반복적으로 추천되면서 초기 시청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관람 진입장벽도 크게 낮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OTT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소비가 가능하다. 영화 한 편 관람 비용이 1인당 2~3만원 수준인 현실에서, 월 구독료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경쟁력이다.
특히 ‘프로젝트 Y’처럼 호불호가 강한 작품일수록 OTT에서 재평가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극장에서는 선택받기 어려웠던 콘텐츠도 집에서는 부담 없이 ‘한 번 볼까’라는 심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극장에서의 실패 배경도 명확하다.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강력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완성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남을 배경으로 금괴를 둘러싼 범죄를 그렸지만, 치밀한 서사 대신 자극적인 장면과 분위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성 누아르를 표방했지만 캐릭터의 서사 확장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관객들은 “여성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소비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평점 역시 이를 반영했다. 실관람객 평점은 6점대 초반에 머물렀고, 흥행 지표와 관객 만족도 모두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OTT에서의 반등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핵심은 배우다.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조합은 여전히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다. 두 배우의 케미와 에너지는 스토리의 약점을 일정 부분 상쇄하며 시청을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이 작품은 대형 스케일보다는 감각적인 연출과 캐릭터 중심의 서사가 특징이다. 이런 스타일은 극장보다는 개인화된 시청 환경에서 더 잘 소비된다. 부담 없이 시작했다가 끝까지 보게 만드는 구조가 OTT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 OTT 시대, ‘실패작’의 기준이 바뀐다
‘프로젝트 Y’의 사례는 흥행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박스오피스 성적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했지만, 이제는 OTT 성과까지 포함한 ‘멀티 플랫폼 흥행’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OTT 공개는 분명한 재무적 완충 역할을 한다.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친 작품이라도, OTT 판권 판매와 2차 유통(VOD·해외 판매 등)을 통해 일부 손실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회복은 어렵지만 ‘전면 손실’을 ‘부분 회수’로 바꾸는 효과는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콘텐츠 가치 측면의 효과도 크다. ‘흥행 실패작’이라는 낙인이 OTT에서의 재조명으로 완화되면서, 배우와 IP의 시장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글로벌 플랫폼 노출을 통해 해외 판권 확장이나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린다.
결국 ‘프로젝트 Y’의 1위는 단순한 순위 변화가 아니다. 극장에서는 실패했지만 OTT에서는 선택받는 콘텐츠. 지금의 영화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에 가깝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