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페이커 만나고 치맥 즐기고 춤까지
젠슨 황 방한 일정 재조명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 CEO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4박 5일간 한국에 머물며 남긴 행보가 화제다.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을 만나 AI 협력을 논의하는 것이 방한의 주목적이었지만,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의외로 그의 소탈한 일상이었다.

홍대 삼겹살집에서 재계 총수들과 소맥을 마시고, PC방을 찾아 게이머들과 셀카를 찍고,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라 시구까지 했다. 여기에 한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더해지며 ‘역대급 방한 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홍대 삼겹살집서 열린 ‘삼소회동’…냅킨 깐 구광모, 소맥 건넨 최태원

방한 첫날 저녁 젠슨 황이 향한 곳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서민형 삼겹살집인 ‘형님 저요’ 였다.

이곳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먼저 도착해 젠슨 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십조 원 규모의 AI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편안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직접 냅킨을 챙기고 물을 따르는 모습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총수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맥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평소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더욱 눈길을 끈 건 장소였다. 최고급 호텔 연회장 대신 동네 삼겹살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등 차세대 AI 플랫폼과 신규 사업 구상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실속 있고 파격적인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이 성사된 순간. 젠슨 황이 다녀간 식당 테이블에는 그의 친필 사인이 남겨졌으며, 식당 측은 이를 영구 보존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새로운 핫플레이스 등극을 예고했다.
사진=뉴스 캡처
입국하자마자 PC방으로…페이커 만나고 게이머들과 셀카

이번 방한에서 젠슨 황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의외로 PC방이었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곧바로 서울 마포구의 T1 베이스캠프 PC방을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T1 선수단과 만남을 가졌다. 세계 최고 AI 기업 CEO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선택한 첫 일정이 e스포츠 선수들과의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젠슨 황은 방한 일정 중 무려 세 차례나 서울 시내의 PC방을 기습 방문하며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했다. 특히 최신 그래픽카드 RTX 5090과 AI 노트북을 깜짝 선물하며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다. 

주말에는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의 PC방 두 곳을 연달아 방문했다. 주말을 맞아 게임을 즐기던 일반 시민들은 가죽 재킷을 입은 글로벌 CEO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다. 젠슨 황은 수많은 사인 요청과 셀카 제안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독보적인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 PC방 특유의 고도화된 먹거리 문화였다. 젠슨 황은 자리에 앉아 헤드셋을 착용하고 최신 게임의 그래픽 구동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한편에 마련된 자동 라면 조리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PC방 인기 메뉴인 짜장라면과 떡볶이 조리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최고의 소울푸드가 결합한 한국의 PC방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IT 문화 공간”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젠슨황 SNS
잠실야구장 시구부터 ‘유퀴즈’ 출연까지

젠슨 황의 행보는 스포츠 현장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분야의 핵심 협력 파트너인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과 함께 서울 잠실 야구장을 방문한 것이다.

두산 베어스의 점퍼를 걸치고 마운드에 오른 젠슨 황은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깜짝 시구를 선보였다. 글로벌 테크 거물의 완벽한 스트라이크 투구에 야구장을 찾은 수만 명의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시구를 마친 그는 관람석으로 이동해 박정원 회장과 나란히 앉아 한국 야구 관람의 필수 코스인 ‘치킨과 맥주(치맥)’를 즐겼다. 홈런과 안타가 터질 때마다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주변 관중들과 함께 환호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야구 팬의 모습이었다.
사진=tvN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CEO들이 방한하면 철저히 베일에 싸인 동선으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젠슨 황은 한국의 식문화,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를 온몸으로 즐기는 행보를 보였다”며 “이러한 소탈함 속에 한국을 AI 및 로보틱스의 핵심 무대로 인정하고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려는 치밀한 ‘K-네트워킹’ 전략이 숨어있다”고 평가했다.

또 방한 기간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에도 참여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CEO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MC 유재석, 조세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춤까지 선보이는 모습이 담겨 화제를 모았다. 해당 방송은 10일 방송된다.

4박 5일간의 파격적인 일정을 마친 젠슨 황은 한국의 깊은 인상을 뒤로한 채 9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출국했다. 출국 전 그는 “지금은 한국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