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사단’ 1호 퇴사자가 털어놓은 10개월의 현실
“통장 잔고 보니 숨통 조이더라”

사진=유튜브 캡처
많은 직장인들이 한 번쯤 꿈꾼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삶. 특히 업계 최고 수준의 제작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럴 법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나영석 PD가 이끄는 콘텐츠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첫 퇴사자로 화제를 모았던 백동주 PD가 퇴사 후 10개월 동안 겪은 불안과 열등감, 그리고 깨달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화려한 방송가 이면에 숨겨진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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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끊기니 숨통 조이더라”…퇴사 후 처음 마주한 현실

백동주 PD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퇴사한 동동주’를 통해 퇴사 이후의 심경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수입이 끊긴 뒤 찾아온 불안감이었다. 그는 “꾸준히 월급이 들어오다가 뚝 끊겨 본 적이 처음”이라며 “있다가 없으니까 더 크게 느껴졌다. 숨통이 조이더라”고 털어놨다.

특히 높은 연봉에 익숙해진 소비 습관이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래 PD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잔고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 소비 습관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지출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결국 통장 잔고가 자신이 생각한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현실적인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다시 에그이즈커밍에 죄송하다고 말하고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당시의 불안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에그이즈커핑 전체 직원 평균은 약 7,747만 원(2026년 4월 기준 공시 데이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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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정체성은 회사에 있었다”…퇴사 후 찾아온 자괴감

백 PD가 퇴사 후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회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항상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서 일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퇴사하고 나서야 내 정체성이 회사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좋은 회사에서 일했다는 자부심과 업계에서 인정받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성취감이 자신의 자신감을 지탱해왔지만, 회사를 떠난 뒤에는 그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허탈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백 PD는 “‘좋은 회사 다녔고 나가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방송 제작 현장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평가와 경쟁도 퇴사의 배경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편집 결과물이나 프로그램 내 역할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자괴감과 스트레스가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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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품어온 ‘출신 열등감’

백동주 PD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감정으로 ‘출신에 대한 열등감’을 꼽았다. 그는 방송사 공채 출신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해 여러 인연을 거쳐 에그이즈커밍까지 합류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백 PD는 “실력에 대한 열등감이 아니라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업계 특유의 기수 문화와 선후배 네트워크를 보며 부러움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채 출신 PD들은 동기와 선배, 후배 관계가 명확하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웠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출신에 대한 콤플렉스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은 열등감이 바로 출신에 대한 부분”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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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나였다”…새로운 도전의 시작

퇴사 후 10개월 동안의 시간을 돌아본 백동주 PD는 결국 가장 큰 문제는 회사나 환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 탓, 회사 탓을 많이 했지만 결국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멘탈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퇴사를 완전히 후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튜브를 운영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고, 콘텐츠 시장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백 PD는 “세상에는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업계 최고의 제작사라는 타이틀 뒤에 숨어 있던 그는 이제 회사라는 울타리 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불안과 후회, 열등감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처럼, 백동주 PD의 10개월은 단순한 퇴사 후기가 아닌 ‘나를 다시 찾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