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비상구 열려고 했다
이륙 15분 만에 비상 착륙, 처벌은 얼마나 받을까?

비행기가 순항을 시작한 지 불과 15분. 갑자기 승무원들이 한 승객에게 달려들어 몸을 붙잡고, 기장은 관제탑에 긴급 회항을 요청한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한 승객이 운항 중인 여객기의 출입구를 열려고 시도하면서 항공기가 비상 착륙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기내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비상구를 만지기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 “출입구 열려 한다”…이륙 15분 만에 긴급 회항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메사 항공이 운항하는 유나이티드항공 3989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를 출발해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향하던 중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을 맞았다.

이륙 후 약 15분이 지나자 한 승객이 객실 출입구를 열려고 시도하며 난동을 부렸고, 기장은 관제사에게 “승객이 출입문을 열려고 한다. 승무원들이 좌석에 묶어 제압하고 있다”고 긴급 상황을 알렸다.

항공기는 곧바로 출발 공항으로 회항해 안전하게 착륙했고, 해당 승객은 경찰에 인계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FA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접수된 기내 난동 신고는 이미 830건을 넘어섰다. 비상구 개방 시도뿐 아니라 조종실 진입 시도, 승무원 폭행 등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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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있었다…비상구 개방 사건이 남긴 교훈

국내에서도 운항 중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개방을 시도한 사례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23년 대구공항 착륙 직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구 개방 사고다. 당시 한 승객이 착륙을 앞둔 항공기의 비상구를 실제로 열면서 객실 안으로 강한 바람이 들이쳤고, 일부 승객들은 호흡곤란과 극심한 공포를 호소했다. 다행히 항공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이후에도 대한항공에서는 운항 중 비상구 손잡이를 만지거나 조작을 시도한 사례가 잇따랐다. 일부 승객은 “장난이었다”, “화장실 문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항공업계는 작은 행동 하나가 수백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예외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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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구 만지기만 해도 처벌?…“최대 징역 10년”

우리나라에서는 항공기 출입문과 비상구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조작을 시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항공보안법은 승객이 출입문과 탈출구, 각종 안전장비를 허가 없이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공사가 형사 고발에 나설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될 가능성도 있다. 항공기 회항이나 비상 착륙으로 발생하는 연료비와 운항 지연, 승객 보상 비용은 수억 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역시 운항 중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시도한 승객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형사 고발과 탑승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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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옆 승객이 비상구를 열려고 한다면…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반 승객이 직접 제압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행동은 즉시 승무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다. 무리하게 몸싸움에 개입하면 다른 승객까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구 주변 좌석에 앉았다면 해당 승객의 이상 행동을 빠르게 인지해 객실 승무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승무원이 제압을 시작하면 주변 통로를 확보하고 불필요한 촬영이나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비상 착륙이 결정되면 안전벨트를 단단히 착용하고 전자기기 사용을 최소화한 채 기장의 안내 방송과 승무원의 지시에 집중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서는 개인 판단보다 객실 승무원의 통제가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으로 꼽힌다.

비행기 안에서 비상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다.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손을 대는 순간 수백 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형사 처벌과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과 국내에서 반복되는 비상구 관련 사건은 기내 안전수칙이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