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돈 벌어 국민에게 현금 44만원?
대만서 벌어진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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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만이 경제 성장의 결실을 국민과 나누겠다며 전 국민 대상 현금 지급 카드를 꺼냈다. 국민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만 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만원이다. 경기 침체로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현금이 아니라 AI·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생긴 여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AI 보너스’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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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 1인당 현금 44만원…설 전에 받을까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7일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보고를 받은 뒤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 대만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밝혔다.

정부가 현금 지급을 위해 편성하려는 예산은 2357억 대만달러로 약 10조4000억원에 달한다.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맞추고 실질적인 신규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대만 정부의 구상이다.

예산안이 올해 말까지 입법원을 통과할 경우 지급 시점도 비교적 빠르다. 대만 정부는 2027년 2월 춘제 이전에 국민들이 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현금 지급에는 ‘AI 보너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클라우드 서비스의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대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그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다.

라이 총통은 경제 성장의 평균적인 숫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가정과 평균 이하의 국민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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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가 이끈 ‘AI 특수’…39년 만에 역대급 성장

대만이 전 국민에게 거액의 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AI 열풍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대만의 수출과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공급망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AI 서버와 고성능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대만 통계 당국은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0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 9.64%에서 다시 높아진 것으로, 실제 달성될 경우 3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이미 14.15%를 기록했다.

라이 총통은 이 같은 성장이 반도체·IT 산업과 제조 공급망 경쟁력을 오랜 기간 쌓아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AI 시대가 열리면서 대만이 갖고 있던 산업 경쟁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고, 여기서 얻은 ‘보너스’를 국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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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위헌이라더니”…현금 지급에 정치권 시끌

국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현금이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다르다. 야권에서는 라이 총통과 집권 민주진보당이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이 1인당 1만 대만달러의 현금 지급을 추진했을 당시 민진당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현금 지급 정책을 두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산다’는 취지의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같은 규모의 현금 지급에 나서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국민당 소속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은 당시 민진당의 주장을 거론하며 정책이 달라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는 11월 지방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둔 상황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전 국민 현금 지급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정책이라기보다 유권자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 정부가 내년 국방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1225억 대만달러, 약 50조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금 지급을 통해 민심을 얻고 대규모 국방예산의 입법원 통과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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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현금 지급 처음 아니다…이번엔 ‘불황’ 아닌 ‘호황’

대만이 전 국민에게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나눠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위기 당시 소비 진작을 위해 3600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고,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3000대만달러와 5000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2023년에는 경기 부양 등을 위해 1인당 현금 6000대만달러를 지급했다. 이후에도 대외 경제 충격 등에 대응해 현금 지급 정책을 활용했다.

다만 대만 정부는 이번 ‘AI 보너스’가 과거와 성격부터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 침체나 위기를 견디기 위해 현금을 푸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경제 성장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AI와 반도체 호황이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가 전 국민에게 44만원의 현금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다만 실제 지급까지는 2027년도 예산안의 입법원 통과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AI가 번 돈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대만의 실험이 예정대로 현실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