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 소멸했지만, 장마·폭우는 계속된다
여름 휴가철 날씨 전망
태풍 바비는 중국 동부에 상륙한 뒤 내륙을 따라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해졌다. 이후 산둥반도와 서해 북부를 지나 북한 인근으로 이동했고, 결국 열대저압부와 온대저기압으로 차례로 바뀌면서 태풍으로서의 활동을 마쳤다.
태풍의 중심이 우리나라를 직접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영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비가 머금고 있던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도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까지 동반됐다.
태풍이 소멸했다는 소식만 듣고 날씨가 곧바로 안정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태풍이 남긴 비구름과 주변 기압 배치에 따라 비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밤부터 새벽 사이에는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어 야외활동과 차량 이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태풍 바비 이후에도 정체전선의 영향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중부지방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라도 남부지방부터 다시 장맛비가 시작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여름 휴가철 날씨는 맑은 날이 길게 이어지기보다 무더위와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전에는 햇볕이 강하다가 오후나 밤에 갑자기 소나기나 폭우가 쏟아지는 식이다. 하루 단위 예보만 믿고 장거리 일정을 짜기보다는 출발 직전까지 지역별 강수 예보와 기상특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제주도와 남해안, 동해안 등 해안 여행지를 계획했다면 비뿐 아니라 강풍과 높은 파도도 살펴야 한다. 내륙에서 날씨가 비교적 잔잔하더라도 해안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높아질 수 있어 방파제나 갯바위 접근은 피하는 편이 좋다.
휴가철 인기 장소인 계곡과 하천은 비가 멈춘 뒤에도 위험할 수 있다. 상류에 내린 비가 한꺼번에 내려오면 현지에서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수위가 갑자기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 인근에서 캠핑하거나 차박을 할 경우에는 물가와 가까운 저지대를 피하고, 대피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하천 둔치나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역시 집중호우 예보가 있을 때는 차량을 세워두지 않는 것이 좋다.
산간 지역에서는 흙이 많은 비를 머금은 상태에서 추가 강수가 내리면 산사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비가 그친 직후 등산이나 트레킹을 계획했다면 탐방로 통제 여부와 낙석 위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장맛비가 지나간 뒤에는 높은 습도와 함께 무더위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기온이 잠시 낮아져도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어 숙소의 냉방 시설과 이동 중 수분 보충도 중요하다.
여름휴가를 준비할 때는 우산이나 우비뿐 아니라 여벌 옷, 방수 가방, 보조배터리, 생수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야외 일정을 한꺼번에 몰아넣기보다는 실내 관광지나 카페, 박물관 등 대체 코스를 함께 준비하면 갑작스러운 비에도 일정을 크게 바꾸지 않을 수 있다.
태풍 바비의 경로는 한반도를 직접 관통하지 않은 채 북한 인근에서 끝났지만, 여름 날씨의 불안정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휴가철에는 ‘태풍이 소멸했으니 괜찮다’는 판단보다 매일 달라지는 지역별 예보를 확인하고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