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24시간 켜는 게 더 쌀까?
에어컨 전기세 아끼는 법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름철 냉방 전력 소비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높은 편이다. 기후가 비슷한 일본보다도 1인당 냉방 전력 사용량이 약 1.2배 많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에어컨을 많이 사용해도 전기요금 자체는 해외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4인 가구 평균 사용량인 419kWh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월 전기요금은 약 7만7000원 수준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보다 훨씬 낮았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월 사용량이 300kWh를 넘으면 요금 단가가 올라가고, 450kWh를 초과하면 가장 높은 구간이 적용된다. 특히 이 구간부터는 전력량 요금뿐 아니라 기본요금까지 함께 올라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에어컨은 하루 종일 켜두는 것이 더 싸다”는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모든 가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에어컨 종류와 외출 시간, 설정 온도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인버터형 에어컨은 처음 가동할 때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춘 뒤,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출력을 줄여 온도를 유지한다. 처음에는 22~24도로 설정해 실내 열기를 빠르게 낮추고, 충분히 시원해진 뒤에는 26~27도로 올려 유지하는 방식이 실용적이다. 이후 1~2시간 정도 잠깐 외출한다면 에어컨을 완전히 끄기보다 27~28도로 높여 운전하거나 외출·절전 기능을 사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켜면서 뜨거워진 실내를 처음부터 냉방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3~4시간 이상 집을 비우거나 반나절 이상 외출할 때는 에어컨을 끄는 편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빈집을 계속 26도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귀가 후 창문을 잠시 열어 더운 공기를 빼낸 뒤 22~24도로 빠르게 냉방하고, 실내가 시원해지면 26~27도로 높이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다만 오래된 정속형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가 멈췄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다시 강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인버터형처럼 장시간 계속 켜두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짧게 사용한 뒤 끄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제품에 ‘인버터’ 표시가 있는지, 에너지효율등급 라벨이나 사용설명서를 통해 에어컨 종류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결국 “무조건 켜두는 것이 정답”도, “외출할 때마다 반드시 끄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인버터형이라면 재실 중에는 26~27도를 유지하고, 1~2시간의 짧은 외출에는 27~28도나 절전 기능을 활용하되, 장시간 집을 비울 때는 끄는 방식이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줄이고 싶다면 온도를 무리하게 높이는 것보다 냉방 효율을 높이는 습관이 더 효과적이다.
에어컨을 처음 켤 때는 설정 온도를 22~24도 정도로 낮춰 10~20분 정도 빠르게 실내 온도를 떨어뜨린 뒤, 실내가 충분히 시원해지면 26~27도로 다시 올려 유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인버터 에어컨은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전력 소비를 줄여 운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높은 온도로 오래 냉방하는 것보다 실내를 먼저 시원하게 만든 뒤 온도를 조절하는 편이 냉방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차가운 공기가 집 안 전체로 빠르게 퍼져 설정 온도를 높여도 시원함을 유지하기 쉽다. 낮 동안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에어컨 필터를 2주 정도에 한 번씩 청소하면 냉방 효율을 높여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월 전력 사용량을 한 번씩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에어컨뿐 아니라 냉장고, 제습기, 건조기 등 다른 가전제품 사용량까지 합쳐져 누진구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 속에서 무조건 에어컨을 참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온열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어린이와 고령자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된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450kWh 구간을 넘지 않도록 월 사용량을 한 번씩 확인하고, 냉방 효율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함께 실천한다면 시원함과 전기요금 절약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올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어컨을 무조건 끄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작은 사용 습관 하나가 여름철 전기요금 고지서의 금액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절약법이 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