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붓고 끓이면 맛이 따로 노는 이유. 고소한 맛과 감칠맛,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순서가 있다.

순두부찌개는 비교적 간단한 재료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메뉴다. 하지만 집에서 끓이면 어딘가 맛이 겉돌고 국물이 가볍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양념 없이도 맛의 깊이를 더하는 비결은 재료를 넣는 순서에 있다.
대파와 고추, 달걀을 마지막에 더하면 향과 풍미가 살아난다.
핵심은 물을 붓기 전, 고기기름과 고추기름으로 국물의 뼈대를 먼저 세우는 것이다. 이 작은 차이 하나가 찌개 전체의 풍미를 좌우한다. 많은 베테랑 주부들이 너도나도 이 방법을 따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물보다 기름을 먼저 만드는 이유

찌개의 시작은 물이 아닌 삼겹살이다. 냄비를 중약불에 올리고 삼겹살을 볶아 돼지기름을 충분히 내는 것이 첫 단계다. 고기를 물에 바로 넣고 끓이면 구수한 맛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는다.
이 기름이 바로 찌개의 기본 베이스가 된다.
삼겹살을 먼저 볶아 기름을 내면 국물 맛이 한층 깊어진다.
고기는 겉면이 노릇해질 정도로만 볶는 것이 좋다. 너무 바싹 익히면 나중에 질겨질 수 있다. 냄비 바닥에 기름이 자작하게 고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기름 양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일부를 덜어내 느끼함을 조절한다.

고춧가루는 반드시 약불에 볶아야 한다

맛의 절반은 고추기름이 결정한다. 돼지기름에 고춧가루를 볶아 매운 향과 고소한 맛을 끌어올려야 한다. 고춧가루를 물에 바로 풀면 색만 붉어질 뿐, 깊은 향을 내기 어렵다.
돼지기름에 고춧가루를 짧게 볶으면 고소한 고추기름과 깊은 향이 살아난다.
이때 불 조절이 관건이다. 고춧가루는 센 불에서 순식간에 타버려 쓴맛을 낸다. 반드시 불을 약하게 줄인 뒤, 기름과 섞는다는 느낌으로 짧게 볶아야 한다. 붉은색이 선명해지고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다진 마늘과 굴소스, 참치액 등을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재료 넣는 순서가 맛을 완성한다

기름과 양념으로 맛의 기초가 다져졌다면, 그때 물이나 육수를 붓는다. 맹물도 괜찮지만, 다시마나 조개 육수를 사용하면 맛이 한층 풍부해진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순두부를 넣는다.
국물이 완성된 뒤 순두부를 큼직하게 넣어야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순두부는 봉지째 반으로 잘라 덩어리째 넣고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나누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다 부서져 국물이 탁해진다.

대파, 청양고추 등은 마지막에 넣어 향을 살리고, 취향에 따라 달걀을 하나 풀어 마무리한다. 남은 찌개는 식힌 뒤 2시간 안에 냉장 보관하고, 다시 먹을 땐 충분히 재가열해야 안전하다. 물부터 붓던 습관을 버리고, 기름을 먼저 내는 순서만 지켜도 집에서 끓이는 찌개의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