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장기 실험 결과, 냉동·냉장실보다 의외의 조건에서 곰팡이가 억제됐다. 고춧가루와 건고추, 최적 보관법은 따로 있었다.

고춧가루를 오래 먹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두는 집이 많다. 영하 20℃에 가까운 낮은 온도라면 곰팡이 걱정 없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고춧가루를 10개월 이상 여러 온도에 보관한 농촌진흥청의 실험 결과는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오히려 냉동실과 비슷한 환경에서 곰팡이가 더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보관 온도뿐만 아니라 고추의 ‘형태’도 중요한 변수였다.
곰팡이가 핀 고춧가루는 독소를 만들 수 있어 보관 단계부터 주의해야 한다.

-20℃ 냉동실이 최선이 아니었던 이유

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고춧가루의 특성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1kg 포장백에 담긴 고춧가루를 -20℃, 0℃, 4℃, 10℃ 환경에서 10개월 이상 지켜봤다.

그 결과, -20℃와 0℃, 4℃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곰팡이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이 포착됐다. 반면 10℃에서는 실험 기간 내내 곰팡이 발생량이 가장 적었고, 검출량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일반적인 가정용 냉동실이 -18℃, 냉장실이 3~4℃ 수준임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단순히 온도가 낮을수록 곰팡이 억제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고춧가루에는 통하지 않은 셈이다.
고춧가루는 보관 온도와 환경에 따라 곰팡이 발생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


곰팡이 발생을 줄이는 더 효과적인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고춧가루가 아닌 ‘건고추’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건고추 상태로 보관했을 때 모든 온도 조건에서 고춧가루보다 곰팡이 발생량이 적었다.

저장 형태에 따라 최적의 온도도 달랐다. 건고추는 0℃에서 곰팡이 발생이 가장 적어 고춧가루(10℃)와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고추를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빻아두기보다 건고추 상태로 두는 것이 좋다. 이후 요리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갈아서 쓰는 방식이 곰팡이 발생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 곰팡이 독소

고춧가루 곰팡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고추에서 주로 발견되는 아스퍼질러스, 페니실리움 같은 곰팡이 중 일부는 독소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플라톡신’은 강력한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이 독소는 270~280℃ 이상으로 가열해야 분해되므로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는 거의 제거되지 않는다.

결국 한번 생긴 곰팡이 독소는 끓이거나 볶아도 음식에 그대로 남는다는 의미다. 보관 단계에서부터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