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외형 탓에 해외선 천덕꾸러기, 한국에선 없어서 수입하는 별미
한때는 가죽 원료로 쓰고 버려지던 부위가 부산 대표 메뉴가 된 배경
미국에서는 흉물 취급을 받으며 버려지는 생선이 있다. 기괴한 생김새와 바다 밑바닥의 사체를 먹는 습성 탓에 식재료로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하지만 이 생선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국민 안주’로 대접받는다. 심지어 특정 영양 성분은 소고기를 200배나 압도할 정도다.
국내 연안 어획량만으로는 폭발적인 소비량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이제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막대한 양을 수입해 수요를 맞추는 실정에 이르렀다.
꼼지락거리는 모습에 이름 붙었지만 장어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꼼장어’라는 이름 때문에 장어의 일종으로 알지만, 사실 뱀장어나 붕장어와는 계통적으로 거리가 멀다. 턱이 없는 원구류에 속하는 어류로, 정확한 명칭은 ‘먹장어’다.위협을 느끼면 몸에서 다량의 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다. 질긴 생명력으로 잡은 뒤에도 계속 꼼지락거리는 모습에서 ‘꼼장어’라는 별칭이 널리 퍼졌다.
가죽 벗기고 남은 부위가 부산 대표 별미가 됐다
처음부터 꼼장어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음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질긴 껍질을 벗겨 지갑이나 벨트 같은 가죽 제품 원료로 사용했다.이 과정에서 가죽을 벗기고 남은 고기를 버리기 아까워 구워 먹던 것이 식문화의 시작으로 알려진다. 부산 자갈치시장과 기장 일대를 중심으로 꼼장어구이가 자리 잡기 시작한 배경이다.
미국선 고속도로 마비시킨 생선이 한국에선 귀한 몸이다
꼼장어의 영양 가치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고단백 식품일 뿐만 아니라 눈 건강과 피로 해소에 좋은 비타민A 함량은 소고기의 약 200배에 달한다. 혈관 속 찌꺼기를 청소하는 EPA, DHA 같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도 풍부하다.정작 최대 수출국인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현지 어민들은 자국민이 철저히 외면하는 이 생물을 오직 한국에 팔기 위해 대량으로 포획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오리건주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사고는 이러한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으로 향하던 꼼장어 운송 트럭이 전복되자, 도로에 쏟아진 수만 마리가 일제히 점액질을 뿜어내 일대를 마비시켰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