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등산 없이 만나는 한라산의 진짜 설경, 상고대 만발한 ‘눈꽃 터널’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를 위한 675m 하늘 산책로, 람사르 습지의 비경

한라산 1100고지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겨울 제주 여행의 백미는 단연 한라산의 설경이다. 하지만 해발 1,947m 정상까지 오르는 험난한 산행은 강인한 체력과 전문 장비를 요구하기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삼킨다.

여기, 힘든 등반 대신 자동차로 편안하게 올라 한라산의 속살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구름보다 높은 해발 1,100m에 자리한 ‘한라산 1100고지 습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일상은 사라지고 현실을 압도하는 순백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차로 오르는 겨울왕국 상고대 절경



한라산 1100고지 설경 트레킹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1100고지는 높은 해발고도와 낮은 기온 덕에 대기 중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그대로 얼어붙는 ‘상고대’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구상나무와 삼나무 가지마다 내려앉은 눈과 얼음 결정체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래 영실이나 어리목 코스를 땀 흘려 올라야만 볼 수 있던 눈꽃 터널과 바람에 흩날리는 빙정의 향연을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1100고지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방문객들은 마치 동화 속 겨울왕국에 들어선 듯한 풍경에 연신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모두를 위한 하늘 산책로 람사르 습지



한라산 1100고지 백록상 / 사진=한라산 1100고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1100고지 습지는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2009년 국내 12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매를 비롯해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화산 활동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 위에 형성된 고산 습지로, 그 자체로 살아있는 자연 박물관인 셈이다.

습지 내부를 관통하는 675m 길이의 나무 데크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한라산의 자연을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사가 거의 없어 아이들이나 어르신은 물론, 휠체어나 유모차를 동반한 방문객도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20~30분이면 충분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따라 걷는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1100고지 방문 전 필수 확인사항



한라산 1100도로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가장 쉽게 설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고지대인 만큼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1100고지로 향하는 1100도로는 폭설이나 도로 결빙 시 차량 진입이 통제되는 경우가 잦다. 출발 전 반드시 ‘제주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도로 통제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시내보다 기온이 훨씬 낮고 칼바람이 매섭기 때문에 두꺼운 패딩과 장갑, 모자, 핫팩 등 방한용품을 단단히 챙겨야 한다. 겨울철에는 동파 방지를 위해 주차장 화장실이 폐쇄될 수 있으니 미리 다른 곳에서 해결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렌터카가 없더라도 제주공항이나 중문관광단지에서 240번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도착할 수 있다.

한라산 1100고지 겨울 풍경 / 사진=한라산 1100고지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