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에 국보 승격까지, 백범 김구가 숨어 지낸 천년 고찰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 올겨울 놓치면 후회할 인생 설경 명소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 고찰 마곡사가 올겨울 특별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되어 138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중 하나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사찰의 상징인 오층석탑이 국보로 승격 예고되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고즈넉한 겨울 풍경 속에서 국보의 위용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천년 세월이 빚어낸 국보급 불교 문화재
마곡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단연 내년 1월 9일 국보로 승격되는 오층석탑이다. 정식 명칭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형태로, 국내에 단 3기만 남아있는 귀한 문화재다. 상륜부가 청동으로 만들어져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특히 설경과 어우러질 때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마곡사는 오층석탑 외에도 사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라 할 만큼 수많은 보물을 품고 있다. 1651년에 중건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영산전(보물 제800호)을 시작으로, 조선 중기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사찰의 중심 법당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등이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3년에는 대웅보전의 소조사천왕상까지 보물로 지정돼, 고려부터 조선까지 이어지는 불교 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백범 김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명상길
마곡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인물인 백범 김구 선생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김구 선생은 1898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이곳 마곡사에서 잠시 몸을 숨기며 승려로 지냈다. 당시 그가 머물던 백범당과 군왕대 주변으로 ‘백범 명상길’이 조성되어 있다.
약 1시간 코스의 이 산책로는 눈 덮인 숲속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길이다. 특히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는 군왕대에 오르면 마곡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난세를 피해 몸을 보전할 수 있다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의 평온한 기운을 느끼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올겨울 마곡사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마곡사의 설경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이른 오전 시간대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하얀 눈 위에 내려앉는 순간, 천년 고찰의 겨울 정취가 극대화된다. 반갑게도 마곡사는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약 280대 규모의 넓은 무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보다 깊이 있는 체험을 원한다면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2025년 1월과 2월에는 별빛 명상, 산행 등이 포함된 2박 3일 특별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예약은 마곡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차로 20~30분 거리에 공주 한옥마을, 공산성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더욱 풍성한 공주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