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피하는 이색 실내 여행
동굴 레스토랑 & 와인 까브

봄철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야외 활동은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잿빛 하늘이 도심을 덮은 날,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쾌적하면서도 이색적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지하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외부 오염원과 완전히 차단된 채 자연이 빚어낸 웅장함과 세월의 풍미를 간직한 곳, 바로 동굴과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레스토랑들이다. 이곳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방문객에게 미세먼지 걱정 없는 완벽한 아지트를 선물한다.
사진=광명동굴 와인레스토랑 ‘마루 드 까브’, 광명시청
자연이 빚어낸 천연 항온실, 동굴 레스토랑

자연 동굴을 활용한 공간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의 기온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다. 웅장한 암반이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방벽 역할을 하며, 방문객은 거대한 지구의 내부에서 식사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광명동굴 와인레스토랑 ‘마루 드 까브’는 서울 근교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동굴 명소다. 폐광에서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한 광명동굴 내부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 최초의 동굴 와인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연중 섭씨 12~13도를 유지하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고품격 다이닝을 선사한다. 동굴 특유의 정적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맑은 날의 야외 레스토랑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어 프라이빗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제주 ‘숨도’ (구 석부작 박물관)는 제주의 거친 암반과 천연 동굴 지형을 절묘하게 활용한 공간이다. 내부에서 흐르는 자연수와 거대한 바위벽이 자아내는 원시적인 생명력은 외부의 탁한 공기를 잊게 만든다. 제주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는 동굴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만나 미식의 깊이를 더한다.
사진=대전 까브
세월이 빚어낸 깊은 풍미, 와인 저장고(까브)

오래된 지하 저장고를 개조한 레스토랑은 특유의 묵직한 공기와 역사적인 서사가 깃들어 있다. 와인이 익어가는 시간만큼이나 깊은 낭만을 품은 이곳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숨어들기 좋은 감성적인 피신처다.

대전 ‘까브(CAVE)’는 지하 저장고를 개조한 이 레스토랑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세 유럽의 성 지하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병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마음을 단숨에 정화한다. 독립된 공간 배치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오롯이 식사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파주 ‘벙커힐(Bunker Hill)’은 지하 공간의 아늑함을 극대화한 대형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벙커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콘크리트 구조와 세련된 내부 조명이 조화를 이루어 현대적인 ‘까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넓은 층고와 강력한 공기 청정 시스템을 갖추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쾌적한 상태에서 이탈리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청도 ‘와인터널’은 1904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경부선 철도 터널을 개조하여 만든 명소다. 일 년 내내 섭씨 15도 내외의 온도와 60~70%의 습도를 유지하여, 먼지나 외부 날씨와 무관하게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청도 특산물인 감와인을 숙성하는 이곳은 터널 벽면을 따라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별자리 터널’ 등 이색적인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다. 내부 바(Bar)에서 직접 시음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감와인은 이곳 여행의 백미이다.
사진=청도 와인터널
지하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미학, 레스토랑 그 이상의 가치

이색적인 지하 공간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공간이 주는 미학을 향유하는 과정이다. 식사와 문화 체험이 결합한 복합 공간들은 방문객에게 다층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실내 공간이 지겨워졌다면, 우주의 깊은 곳을 닮은 동굴이나 시간이 멈춘 듯한 와인 저장고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 좋다. 밖은 비록 잿빛 먼지로 가득할지라도, 지하의 아지트는 당신을 위해 가장 맑고 낭만적인 공기를 간직한 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