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끝나고 가볼만한 곳
영감과 휴식을 동시에 잡는 ‘예술과 감성’ 드라이브 코스

설 연휴의 떠들썩함이 잦아든 자리, 기분 좋은 피로감과 함께 다시 마주할 일상을 위한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명절 증후군과 연휴 후유증을 잠재우고 내면의 에너지를 채우고 싶다면, 멀리 떠나는 대신 서울 근교의 예술 공간으로 눈을 돌려보자. 감성의 깊이를 더하고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줄 ‘예술과 감성 여행’ 4곳을 소개한다.
사진=생성형이미지
건축과 문학이 빚은 쉼표, 파주 헤이리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다. 헤이리는 겨울의 차분함 속에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가 숨 쉬는 공간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건축 전시장인 이곳에서는 최근 ‘북카페 헤이리포레스타’를 비롯한 복합 문화 공간들이 방문객들의 사색을 돕고 있다. 독립 서점과 공방에서는 연휴 뒤 가족과 함께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겨울 마을의 전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독서에 몰입해 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사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파주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장흥면에 위치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2026년 2월 현재, 이곳은 화백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들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우선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아온 상설전 《완전한 몰입》이 오는 2월 22일까지 운영된다. 장욱진 화백이 고요한 상태에서 내면을 관찰하던 ‘정관자(靜觀者)’로서의 태도를 경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동시에 《번지고 남아있는: 장욱진 먹그림》 전시가 오는 4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유화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민화, 불교, 일상을 소재로 서양과 동양을 넘나들었던 화백의 독창적인 먹그림 40여 점을 조명한다. 2월 중 전문 도슨트 해설도 운영되어, 아이들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거장들의 숨결과 현대적 변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압도적 전시

과천으로 이동하면 관악산 기슭의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 기다리고 있다. 과천관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묵직한 전시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신상호: 무한변주》다. 흙을 매개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원로 도예가 신상호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전통 도자가 어떻게 현대미술로 변주되는지 그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는 2월의 미술관 방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와 현대미술의 상징적인 도상들이 어우러져 시각적 황홀경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국 미술의 뼈대를 이루는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 II》가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구한말부터 근대, 그리고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흐름을 관통하는 이 전시는 한국적 정체성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교과서와 같은 전시다. 아이들과 함께 코끼리 열차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미술관에 도착하는 과정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기분 좋은 서막이 된다.
사진=이천 예스파크
 40주년의 역사를 빚다, 이천 예스파크의 도자 예술

마지막 종착지는 흙과 불의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천 예스파크(도자예술마을)다. 올해는 이천도자기축제가 제40회를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다. 비록 메인 축제는 4월 말부터 시작되지만, 2월의 예스파크는 축제를 준비하는 거장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마을 내 여러 갤러리에서는 대한민국 명장들과 이천시 명장들의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최근 예스파크는 방문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회랑마을부터 사부작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정비하고, 곳곳에 감각적인 포토존을 확충했다. 도자 체험 공방에서는 직접 물레를 돌리며 부드러운 흙의 감촉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는 명절 증후군을 잊게 하는 최고의 ‘디지털 디톡스’가 된다. 작가들의 정성이 담긴 수제 도자기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2026년의 새로운 시작을 예술적 감성으로 갈무리해 보길 권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