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대기줄 실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에 영월 여행 급상승
청령포·장릉·선암마을 영월 여행 코스
청령포·관풍헌·장릉…스크린 속 단종의 길을 실제로 걷다
영월 여행의 핵심은 단종의 길이다. 영화의 정서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공간을 따라가면, 역사와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먼저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되어 머물렀던 곳으로,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이고 한쪽은 절벽으로 막힌 지형 탓에 ‘육지 속 섬’으로 불린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숲길을 걷다 보면 단종이 머물렀다는 ‘단종어소’, 한양 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다는 ‘관음송’, 망향의 마음을 전하는 ‘망향탑’이 차례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왕과 마을 사람들의 감정이 얽히는 장면을 떠올리며 걷기 좋은 코스다.
청령포와 함께 묶어야 하는 곳이 ‘관풍헌’이다. 홍수로 청령포를 떠난 단종이 머물렀던 영월 객사로, 곁의 ‘자규루’에는 단종이 자신의 처지를 소쩍새 울음에 빗대어 시를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화의 후반 감정선과도 맞닿아 있어, ‘장면의 여운’을 실제 공간에서 다시 정리하게 된다.
실제 체감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설 연휴 기간 청령포 선착장에는 배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특히 14~16일 사흘 동안 ‘청령포 방문객이 7,2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2,000명)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장릉에도 4,600여 명’이 찾는 등, 사흘간 단종 유적지에 ‘1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단종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면, 영월이 가진 자연의 얼굴로 시선을 넓혀볼 차례다. 영월 코스가 완성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역사 포인트에 풍광이 촘촘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월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지점 중 하나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전망대’다. 동강이 크게 휘돌아 만든 S자 물줄기가 한반도 지도 형태를 닮아 유명해졌다. 전망대에 서면 강과 산, 들과 마을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데, 사극 배경화를 현실로 펼쳐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다른 포인트는 ‘선돌’이다. 강변 절벽 위에 우뚝 선 바위로, 일몰 무렵이면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되는 ‘광천골’ 마을은 제작진이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했는데, 실제 촬영도 청령포 인근과 강원 지역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덕분에 영월의 산세와 물길은 영화의 분위기를 현실에서도 이어주기 충분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소로는 ‘별마로천문대’가 좋다. 봉래산 정상에 자리한 천문대로, 해 질 무렵 올라가면 영월읍과 동강의 야경이 펼쳐지고, 밤이 깊어지면 망원경 관측과 별자리 해설 프로그램으로 여행의 결말을 만든다. 낮에는 단종의 서늘한 역사를 따라 걷고, 밤에는 고요한 하늘 아래에서 여운을 정리하는 흐름이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끝나지만, 영월에서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청령포의 고립감, 관풍헌의 비애, 장릉의 담담함을 지나 선암마을의 풍경과 별마로의 밤하늘에 닿으면, 단종의 이야기는 ‘역사 공부’가 아니라 ‘여행의 감정’으로 남는다. 이번 주말, 극장에서 받은 울림을 그대로 들고 영월로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